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 내 갈등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지지하는 학생들 간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대학 캠퍼스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학 당국이 경찰을 통해 시위 학생들을 체포하거나 시위 가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 대학가의 긴장감은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은 이날 학교 전체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30일까지 유대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시작되는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지난 18일 컬럼비아대 교정으로 뉴욕 경찰이 진입했다. 경찰은 전날 새벽부터 학교 내에서 50여 개의 텐트를 설치하고 야영 중이던 학생 100여 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학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Columbia students participating in the Palestinian protest take part in a cult-like tribal dance while dancing and clapping to Arabic music. pic.twitter.com/Qu2cvhyVWa
— Oli London (@OliLondonTV) April 22, 2024
샤피크 총장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우리 모두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기회를 부여하고자 월요일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교내에 거주하지 않은 학생들은 캠퍼스 출입을 자제하라”고 말했다.
22일 저녁 뉴욕대에서 경찰이 캠퍼스 광장을 점거하고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학교 측이 학생 등 시위대에 캠퍼스를 떠나라고 경고했지만, 시위가 계속되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소재 예일대에도 경찰이 캠퍼스에 진입해 친 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인 45명을 연행했다. 학교 측의 대화 제안을 학생들이 거부하자 경찰이 학생들을 체포하기 시작했고, 예일대 측은 체포된 학생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버드대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캠퍼스 중심지인 중앙도서관 앞 ‘하버드 야드’의 접근을 막았다. 학생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경비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요청받았다. 하버드대는 오는 26일까지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인근에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도 학생들이 캠퍼스 안에서 천막을 치고 ‘MIT를 대량학살로 기소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 학교 대학원생인 프라흘라드 이옌가르는 “MIT는 가자 지구 분쟁과 관련해 휴전조차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대인 학생들은 친팔레스타인 시위 확산에 두려움을 호소했다.
컬럼비아대 캠퍼스 인근 유대인 신학교 건물에 거주하는 이 학교 신입생인 니콜라스 바움(19)은 “지난 주말 시위대는 하마스가 텔아비브와 이스라엘을 날려버리라는 구호를 외쳤다.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치는 일부 시위자는 학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컬럼비아대에 다니는 유대인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시오니즘에 대한 욕설이 난무하고, 유대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