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일요일인 9일 (현지시간) 폭염을 무릅쓰고 라스베이거스 야외 유세에 나서서 타는 듯한 여름 날씨와 싸우면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이 날 라스베이거스의 낮기온은 폭염을 상징하는 화씨 100도( F 100. 37.8도)를 훌쩍 넘었다.
트럼프 선거본부는 참석자들에게 부채와 생수병 등을 나눠주었고 지지자들이 대형 양산을 들고 입장하는 것도 허용했다. 선거비용으로 의료진까지 고용해 대기 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유권자들을 향해서 필요한 것이 있거나 자신의 텔레프롬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불편할 경우 즉시 알려달라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텔레프롬프터는 후보자의 원고 내용을 컴퓨터에 수록한 후, 필요할 때 원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속도와 형태로 모니터에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트럼프는 “나는 (이 곳의) 누가 나를 공격하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모든 유권자가 다 필요하다. 난 사실은 여러분에게는 관심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여러분의 표 뿐이다”라고 말한 뒤 “농담”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앞서 트럼프는 “누구든지 피곤하고 지치면 이야기 해라, 우리가 도와준다”고 말했고 이는 미국 (전직 대통령 경호) 비밀경호원들에게도 해당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군중의 안전을 걱정할 뿐이지 자기에 대해서는 걱정 안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 얘기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 나는 여기 올라서서 이렇게 개처럼 땀을 흘리고 있다. 이건 정말 고된 노동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가 될 네바다주로 돌아와 이 날 유세를 했다. 이 곳의 집회는 성관계 입막음돈 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로 두 번 째 유세이다.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전직 대통령의 유죄 판결로 오히려 트럼프는 선거자금 모금과 지지층 결집에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찬반이 분명치 않은 중간층 유권자들의 표까지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안다.
트럼프는 10일 뉴욕 검찰과 화상 면담을 통해서 유죄판결( 유무죄 만을 가리는 배심 평결)에 이은 후속 재판 절차를 계속해야 한다. 이는 7월로 예정된 선고 공판을 앞두고 필요한 절차이다.
미 남서부의 날씨는 지난 주 말 역대급 최고기온을 기록한 뒤 약간 기온이 내려가 평년 기온과 비슷해 졌지만 그래도 예년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더위로 38도(C)를 유지했다.
유세장인 공원은 공항 부근이어서 거의 나무그늘 조차 없는 땡볕에서 선거운동이 진행되었다.
트럼프는 연설이 한참 진행 되었을 때 자신의 텔레프롬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청중을 향해 불평을 했다. 그는 한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런 장치에 의존한다며 조롱했었지만 이 날은 더위보다 자기 텔레프롬프터 때문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나는 텔레프롬프터 업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주기로 했는데 제대로 작동하는 시간은 20%도 안된다. 아주 엉망이다”라면서 그는 물건을 납품한 상인에게 잔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날 유세장에는 경호원들의 보안검색을 위해 지지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했고 선거본부에서는 이들에게 생수병을 나눠주었다. 유세장 안에는 거대한 수증기 분무 선풍기들이 돌아가고 주변에는 쿨링 텐트들이 설치되었다.
트럼프 도착 두시간 전 쯤엔 가벼운 미풍이 불고 잠깐씩 구름도 지나가면서 불타는 태양으로부터 잠깐 씩의 휴식도 주어졌다.
네바다주 공화당위원회의 마이클 맥도널드 의장은 “이런 더위 쯤은 라스베이거스 사람들에겐 별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폭염은 우리 미국의 남은 앞날을 상징하는 것 같다. 우리는 (트럼프를 당선 시키기 위해서는)지옥 속을 걸어서 통과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맥도널드를 비롯한 이곳의 공화당위원 5명은 2020년 네바다주의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당선자로 선포한 허위 발표 때문에 의회의 소환을 받았었고 이들에 대한 사법 재판도 내년으로 연기 된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은 “희생자”들이며 함정에 빠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강탈당한 선거에 대해 항의하려고 한 것 뿐이며, 항의를 위해 방문했다. 그런데 (의회)경찰이 “들어가라, 들어가라”하고 계속 권유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얼마나 지독한 함정인가. 정말 무섭고 끔찍한 음모가 아닌가”하고 트럼프는 외쳤다.
하지만 의사당 폭도들이 경찰력의 권유로 난입했다는 ‘음모론’은 극우파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기는 하지만 사실적 근거가 전혀 없다. 더욱이 당시 의사당에 난입했던 폭도들 대부분은 공개적으로 반복해서, 그리고 자랑스럽게, 자기들이 자진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돕기 위해 쳐들어갔다고 증언했다.
트럼프의 네바다주 유세는 올 해에만 세 번째로, 수백 만 달러의 선거자금 모금을 기대해서 조직한 집회이다.
지난 6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 유세에서 11명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것을 감안해서 이번에는 미리 의료진을 고용해서 응급처치를 하도록 했다. 당시 그 곳은 낮 기온이 45도까지 오르는 극한 폭염이었다.
네바다주는 전통적으로 힐러리 클린턴과 바이든을 지지했던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2022년 중간선거에서는 전국의 민주당 주지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 곳의 스티브 시솔락 주지사만 재선에 실패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곳 관광 호텔, 요식업계의 노동자계급과 라틴계 주민들을 공략하는데 희망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