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암살 미수 총격 사건의 범인이 사건 발생 직후 ‘중국인’으로 보도된 것에 대해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분노하고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 뉴욕포스트는 사건 직후 총격범이 “중국인 남성”이라고 보도했다가 보도 1시간 남짓 지나 “백인 남성으로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뉴욕포스트는 기사가 나간 뒤 바로 수정했지만 짧은 시간 수만 명이 기사를 반복해서 읽고, 확대 보도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한 아시아계 미국인 단체 관계자는 “게시글이 올라온 지 1시간20분 동안 비록 X명의 사람이 봤다고 하더라도 길거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해 치명적인 분노를 터뜨릴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가 고조된 시대에 중국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는 이미 매일 뒤를 돌아보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시민단체인 ‘100인 위원회’을 이끌고 있는 전 중국 주재 미국 대사 게리 로크는 15일 공개 서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이렇게 전했다.
로크 전 대사는 “허위 정보를 무책임하게 보도해 중국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추가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SCMP는 성급하게 아시아계를 비난하고 반발하는 이 같은 현상은 트럼프가 코로나19 진원지로 중국을 지목하며 AAPI(Asian American/Pacific Islander·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희생양 만들기와 혐오 사건이 수년간 계속된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미국에서 반(反)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158건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2020년 279건, 2021년 746건으로 늘어났다가 2022년 499건으로 줄었다.
시민단체 ‘AAPI 증오 중단’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만1000건 이상의 신고를 접수했다. 대부분은 괴롭힘, 협박, 외면 및 기타 형태의 차별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뉴욕주 의회의원 그레이스 리는 “이런 무모하고 거짓된 보도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지속시킨다”며 “뉴욕포스트는 이 오보에 대해 사과하고 정확한 보도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시민권 변호사이자 활동가인 아리아니 옹은 “이 보도는 허구를 뉴스로 왜곡하는 강력한 편견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SCMP는 아시아계 중국인에 대한 반감은 중국 본토 중국인, 대만인, 홍콩인, 사모아인, 아프가니스탄인까지 다양한 출신을 아우르는 AAPI 커뮤니티가 정치적으로 더 조직적이고 강력하며 전략적으로 변모함에 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AAPI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집단이며, 따라서 유권자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인도계다.
2020년 투표 자격이 있는 AAPI 유권자의 60% 가까이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주요 접전 주에서 이들의 투표수는 대선 승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열린 AAPI 연례 컨퍼런스의 주최측은 올해 대선에 앞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회의를 갖기도 했다.
행사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의 90%가 11월에 투표할 계획이다. 이 중 46%는 바이든을 지지하고 31%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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