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이 인도 출신인 아시아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미국의 아시아계 주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해리스는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첫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물러나고 해리스를 지명한 뒤 아시아계 및 태평양섬 주민 미국인(AAPI·Asian-American and Pacific Islander) 커뮤니티에서는 누군가가 ‘대나무 천장’을 깨뜨리는 것을 보면서 활력을 찾고 있다고 SCMP는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주 상원의원 존 리우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여전히 너무나 자주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느끼는 상황에서 비할 데 없는 흥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에 우리 중 한 명이 있으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 이루어진 셈”이라고 감격했다.
일부 해리스 지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코로나19를 이유로 중국을 악마화하면서 AAPI 커뮤니티가 겪었던 신체적 공격, 언어적 학대 등 피해를 회상했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2019년 158건에서 2020년 279건, 2021년에 는 746건으로 늘었다. 코로나가 끝난 뒤 2022년에는 499건으로 감소했다.
시민단체 ‘스톱 AAPI 증오’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만 1000건 이상의 신고 사건을 접수했다. 대부분은 괴롭힘, 협박, 외면 및 기타 형태의 차별 관련 사건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법무부는 학계에서의 잠재적인 간첩 행위를 표적으로 삼는 프로그램인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는데 비평가들은 인종적 프로파일링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SCMP는 AAPI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해리스에 대한 지지가 만장일치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바이든이 사퇴하기 전 AAPI 데이터 등의 설문조사에서 아시아 유권자의 31%는 트럼프, 바이든에게는 46%가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공화당이 국가 안보, 이민, 인플레이션, 범죄 문제에서는 약간 더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믿는다. 민주당은 낙태, 의료, 총기 규제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해리스의 지지자들은 그녀가 승리하면 아시아계가 정치적, 문화적으로 더 눈에 띄기 될 것이며 ‘영원한 외부인’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해리스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가 중국에서 교사로 일하며 중국 문화에 익숙한 것에 대해서도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인종 집단이다. 그만큼 투표에서 비중도 커지고 있다. SCMP는 지난 4년 동안 15%, 즉 약 200만 명의 유권자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뉴욕주 상원으로 처음 선출된 아시아계 여성인 이웬 추는 “AAPI 유권자의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며 “해리스의 대통령 후보 지명은 AAPI 발전에서 이정표”라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 가장 호의적인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베트남인, 필리핀인, 일본인이었다. 그를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중국인과 한국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