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자신들의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선 TV토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실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후보의 기록을 들춰내기보다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평소 화를 잘 참지 못하는 트럼프 후보가 자신을 자극해 스스로 무너지도록 만들겠다는 해리스 후보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후보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공화당 내부의 평가는 냉정했다.
트럼프 후보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11일 기자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쳤다”며 “트럼프가 (토론에) 집중하지 못하고 본인의 기록을 선전할 기회를 놓쳤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해리스 후보에 대해선 “토론을 잘했다. 그녀는 전략을 잘 세운 것 같다”며 “그녀의 가장 큰 실패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설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 케빈 크레이머(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은 트럼프 후보가 토론에서 자신의 임기 당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물가, 국경 불법 입국에 관한 세부적인 기록을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크레이머 의원은 “광범위한 메시지에 관한 세부 사항 제시는 대단히 중요하므로 어제 토론은 불행했다”며 “그는 경합주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기록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리스 후보가 “스스로를 도왔다”면서 “해리스가 그를 쓰러뜨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후보는 토론 이후 자신이 승리했다고 자평했으며, ABC 토론이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추가 토론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익명의 트럼프 후보 기부자는 FT에 “(트럼프는) 그녀를 녹다운시킬 기회를 놓쳤다”며 “그녀는 모멘텀을 잃고 있었지만 (TV토론으로) 안정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전략가와 의원들은 이번 토론으로 트럼프 선거 운동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재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은 인정했다.
트럼프 후보 측과 가까운 전략가는 “그는 던져진 미끼를 물었고, 이로 인해 자신을 돋보일 기회를 놓쳤다”며 “분명한 실수”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한 기부자는 트럼프 후보의 자만심을 문제로 지적했다.
뉴욕 식료품업계의 거물이자 트럼프 후보 기부자인 존 카티마티디스는 “아마도 자만심이 문제였을 것이다. 토론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을 수 있다. 아니면 피곤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번 TV토론은 671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미디어 분석 회사 닐슨은 전날 진행된 ABC 주관 대선 TV 토론 시청자 수가 671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리스 후보는 12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유세를 재개할 예정이며 13일에는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이어 간다. 트럼프 후보는 12일부터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 해안을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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