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두 후보는 막판 유세를 펼치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은 이 지역의 평화를 중재하고 관계를 재설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이란을 고립시키는 등 몇 가지 기본 전략을 공유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고 더힐은 29일(현지시각) 전했다.
해리스 ‘두 국가 해법’ 지지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전쟁 종식을 위해 외교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또 ‘두 국가 해법’이라는 전임자의 비전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접근법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4만여 명이 숨진 가자 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선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두 후보 모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을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트럼프 친이스라엘 행보 가속화 전망
트럼프 후보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승리를 인정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재임 기간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였다.
그는 하마스와의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향해 “이제는 빨리 이를 끝내야 한다”(Get it over with it)”라고 강경 메시지를 보냈지만, 가자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급증, 광범위한 파괴, 인도주의 위기에 관해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유대계 미국인은 “머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깎아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유대인연합(Republican Jewish Coalition)’ 연례 총회에서 “해리스는 이스라엘을 완전히 버릴 것”이라며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들은 버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대계가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만약 당신이 유대인이고 그들(민주당)을 지지한다면 (정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면 석유 제재 등 이란과 대리 세력에 대한 강경 정책이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시나리오로 거론된 이란 핵시설 타격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 3일 보수 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핵”이라며 “조만간 이란은 핵을 보유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이 되는 만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을 말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집권 2기가 출범하면 1기 때 시도했던 것처럼 중동 주둔 미군 감축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과 군사 및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권에 관한 우려는 미국이 이 지역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이 됐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등 지역 강국들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이를 눈감아주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9월 인권 우려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에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