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측의 푸에르토리코 비하 발언을 공격하려다 오히려 역공 빌미를 제공하자 민주당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선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망쳐놓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선거일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제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각) 미국 액시오스는 민주당 관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쓰레기’ 발언으로 골머리를 앓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라틴계 단체와 통화에서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발언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27일 트럼프 후보의 유세장에서 한 연설자가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비하해 비판이 일자 공세에 가담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곧 제기됐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건 사실상 미국인 절반을 깎아내리는 격이라는 비판이다.
백악관은 “지지자들(supporters)이 아닌 지지자의(supporter’s) 혐오 발언을 쓰레기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후보도 이번 발언을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개탄스럽다”고 발언한 것과 연결 지으며 연일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가 바이든 대통령이 왜 선거 유세에서 배제됐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한다.
한 민주당 중진 하원의원은 액시오스에 “왜 바이든이 아닌 (해리스 후보를) 전면에 두는 게 현명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이번 발언은 바이든이 재선 출마를 철회하고 그동안 선거 유세에서 많이 안 보였던 이유를 매우 강력하게 설명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경합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 지적에 나섰다.
상원에 도전하는 엘리사 슬롯킨 민주당 하원의원(미시간)은 지역 라디오에 출연해 “그(바이든)는 그런 말을 해선 안 됐다.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제라드 골든 민주당 하원의원(메인)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이나 미국을 ‘쓰레기’로 부르는 선출직 공무원 및 후보는 명백히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경합지 민주당 하원의원은 “누군가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바이든이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실언한 건 분명하고, 실시간으로 자각하고 수정했다”며 “대통령이 선거운동에서 빠진 건 실언 보다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과 더 관련 있을 것”이라고 선 그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그간 통합을 강조해 온 해리스 후보의 메시지를 퇴색시킨 건 맞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재빨리 선 긋기에 나섰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취재진에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난 누구에게 투표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을 비판하는 데 강력히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에게 투표하든 안 하든 미국 대통령으로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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