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텍사스 연방법원의 로버트 피트먼 판사는 이번 결정을 통해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구성원들에 대한 명백한 위헌적 대우와 관련이 있다”면서 “법원은 과도한 더위가 위헌적인 처벌의 형태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고 측이 요구한 에어컨 설치와 관련해선 “주정부에 수백만, 수십억 달러를 들여 모든 교도소에 영구적인 에어컨을 설치하도록 명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명령이 만료되기 전(90일 이내)에 실행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판사는 임시 에어컨을 설치하는 데에도 몇 달이 걸릴 수 있으며, 이 과정이 오히려 영구적 해결책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피트먼 판사는 “본 재판에서 원고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재판이 진행되면 주 정부가 교도소 내 에어컨 설치 명령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소송은 영화 ‘버니’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전직 장의사 버니 티디가 2023년 처음 제기했다. 이후 여러 수감자 인권단체들도 이 소송에 동참했다.
이들은 텍사스 교도소 내의 혹독한 더위가 잔인하고 이례적인 처벌에 해당한다며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텍사스의 여름 기온은 38도를 넘는 것이 일상적인데, 교도소 건물 내에선 최고 48.9도까지 온도가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 인권 단체 측은 즉각적인 해결책을 얻지는 못했지만, 텍사스 교도소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첫 단계라며 환영했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감자(약 13만 명)를 보유한 주다. 그러나 약 100개의 교정 시설 중 제대로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3분의 1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부분 냉방을 하거나 냉방 시설이 전혀 없다고 한다.
브라운대, 보스턴대, 하버드대 연구진이 2022년 1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에어컨이 없는 텍사스 교도소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13%(271명)가 극심한 더위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열린 청문회에서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됐던 사람들은 최고 48도가 넘어가는 교도소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원한 의료시설로 옮겨지려 자해하거나, 교도관이 물로 진압하도록 하려 일부러 불을 질렀던 사례 등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서 피트먼 판사는 주 의회가 교도소 에어컨 설치 의무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는데, 공화당이 다수인 주 의회는 수년 간 교도소 더위 문제를 알면서도 무시해왔다고 AP통신은 짚었다.
교도소 내 극심한 더위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또 있다.
루이지애나주와 뉴멕시코주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제기됐고, 조지아주에서는 2023년 7월 한 수감자가 야외 감방에 수 시간 동안 물·그늘·얼음 없이 방치된 후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소송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