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 관세율 산정 방식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논문의 작성자가 트럼프 관세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다음은 브렌트 나이먼 전 미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치관보가 7일(현지시각) 미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트럼프 백악관이 관세 정당화를 위해 내 연구를 인용했으나 완전히 틀렸다”라는 글의 요약.
USTR은 각 무역 상대국과의 무역 적자를 제거하기 위해 상호주의 관세를 계산했다고 밝혔다.
그 목표는 타당하지 않다. 무역 불균형은 보호무역주의가 없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인은 스리랑카에서 만든 의류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스리랑카인은 미국산 의약품이나 가스터빈에 그렇게 많이 쓰지 않는다.
이 차이는 천연자원, 비교우위, 개발 수준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며, 무역적자가 불공정 경쟁의 결과임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다.
총체적인 무역적자를 줄이자는 주장은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논거를 가진다. 하지만 이 논거를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는 “나는 내 이발사와 만성적 적자를 본다. 그는 내게서 아무 것도 사지 않기 때문”이라는 농담으로 이 점을 설명한 바 있다.
트럼프의 관세 계산법은 한 나라에 부과한 관세가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또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정은 특정 소규모 무역 상대국을 상대할 경우에 그럭저럭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광범위한 상호 관세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예컨대 일본산 자동차 부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나아가 이런 관세는 명백히 보복 조치를 유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달러 가치를 올릴 것이다. 이 두 요인이 미국의 수출을 위축시킬 것이다.
관세 계산법의 허점을 무시한다고 해도 발표된 관세율은 타당하지 않다.
USTR은 관세 부과로 인한 추가 비용에 따라 수입 가격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추정하는 우리의 연구 결과를 왜곡했다.
외국 수출업체가 상호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수출 가격을 내릴지 여부에 따라 수입가격이 달라진다. 이를 전가율이라고 한다.
알베르토 카발로, 기타 고피나스, 제니 탕, 그리고 내가 2018년과 2019년에 중국 수출품에 부과된 관세를 연구했다.
우리는 20%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수입업체가 거의 19%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됨을 밝혀냈다. 전가율이 거의 95%에 달한 것이다.
USTR은 우리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소매점 두 곳의 표시 가격에서 전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논문 내 다른 결과를 인용했다.
그런 뒤 전가율을 25%로 적용해 관세를 계산했다. 25%라는 전가율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도출한 95%의 전가율을 사용했다면 관세 부과액이 현재의 4분의 1 수준이 돼야 한다.
트럼프의 상호주의 관세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 유럽 등 대규모 경제권은 물론 요르단, 잠비아 등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까지 망라한다.
트럼프 정부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성경의 황금률을 따라 관세율을 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계산법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면 부과된 관세율을 4분의 1로 줄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