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라고 불릴 만큼 친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트럼프 1기 이후 대중 강경정책을 주도한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간 최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는 트럼프 주변 측근들을 둘러싼 파벌 싸움의 성격이 있다고 진단했다.
링컨 대통령 시절 다양한 견해를 가진 인물들이 ‘라이벌 드림팀’을 구성했던 시절과 달리 측근 그룹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WSJ은 트럼프를 둘러싼 파벌 갈등이 중요한 것은 누가 우세하냐에 따라 트럼프의 경제 정책방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유무역과 관세 장벽 옹호 그룹의 대결
머스크는 자유무역을 믿으며 유럽과는 자유무역 지대를 창설하기를 원하고 있다. 머스크는 5일 이탈리아 극우 정당 라 리가 피렌체에서 가진 행사에 화상 연설로 참여해 “미국과 유럽이 매우 긴밀한 동반관계를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일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발표하며 유럽연합(EU)에 대해 20%를 부과하는 등 관세 전쟁을 선포한 것과는 상반된 견해를 나타내 트럼프와 ‘헤어질 결심’을 분명히 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친성장 세금 및 규제 정책과 강력한 합법적 이민을 선호한다.
반면 나바로 고문은 높은 관세 장벽 뒤에서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스티브 배넌 파벌에 속한다고 WSJ은 전했다.
이 파벌은 기업, 특히 빅 테크와 제약 회사를 불신하며 더 높은 세금과 정치적 적을 처벌하기 위해 정부 권력을 사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머스크는 조립업자” vs “나바로는 멍청이, 벽돌 자루”
앞서 머스크는 8일 X(옛 트위터)에서 “나바로는 진짜 멍청이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명백히 틀렸다”라고 맹비판했다.
이는 나바로 고문이 최근 CNBC 방송에 나와 “우리는 머스크가 자동차 제조업자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자동차 조립업자다.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며 “테슬라 전기차 부품의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 등에서 온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머스크는 이날 X의 한 사용자가 나바로 고문의 해당 내용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댓글로 응수했다.
머스크는 미국의 자동차 정보 사이트 켈리블루북이 2023년 조립 지역, 부품·엔진 원산지, 노동력 등을 기준으로 테슬라 4개 모델을 ‘가장 미국산인 차’로 선정했다고 X에 올렸다.
그는 여기서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인 차다. 나바로는 벽돌 자루(a sack of bricks)보다도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어떤 정의로든 테슬라는 미국에서 가장 수직적으로 통합된 자동차 제조업체로 미국산 비율이 가장 높다”며 “나바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전문가인 론 바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나바로 고문이 자신의 관세 이론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론 바라’라는 인물을 들었는데 사실상 가공의 인물인 것이 드러난 것을 비꼰 것이다.
머스크는 5일 나바로에 대해 “그가 보유한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자아(ego)가 두뇌(brains)보다 큰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포드 자동차 CEO 머스크 편들기?
테슬라의 ‘미국산 자동차’ 논란에 짐 팔리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머스크에 가담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그는 9일 X(옛 트위터)에 “미국의 혁신이 우리 경제의 생명줄이며 조립을 넘어 확장된다”고 강조했다. 포드차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80%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 속에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계는 수천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은 관세에서 제외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머스크의 트럼프측 인사들과의 갈등 전선 확대
민주당지지 성향이었던 머스크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총격 사건을 겪은 뒤 ‘올인 지지’로 돌아선 뒤 당선의 일등 공신 중 한 명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측에 합류 이후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 DOGE 공동 수장으로 거론됐던 비벡 라와스와미는 정부 출범 이전 갈라섰다.
배넌 등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룹과는 전문직 비자 정책 등을 두고 충돌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정부 부처 조직 개편을 두고 트럼프 면전에서 충돌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처럼 밀고 나가는 성향의 머스크는 핵심 가치에서 트럼프와는 전혀 달라 두 사람이 언제 갈라설지도 관심이다.
머스크의 친환경, 숙련 고급 노동자에 대한 비자, 대중국 유화 정책 등에서 둘은 대조적이다.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리고, 중국에 105% 관세를 부과하며 ‘치킨 게임’을 벌이는 트럼프는 머스크의 신념과는 정면 배치된다.
세계 최고 부자 머스크는 최고 권력자 트럼프와 단기적으로 ‘편의와 실용의 연대와 결합’을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