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중국과 베트남이 함께 미국을 망치려고(screw)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3개국 순방에 나선 날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순방을 즈음해 ‘거친(rude) 발언’이 나왔다고 이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동남아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을 화두로 올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베트남과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미국을 망치려는 계획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 베트남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오늘 그들이 만나는 걸 봤다. 정말 멋진 만남이다. 정말 멋진 만남이다”며 시 주석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만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트럼프는 “마치 미국을 어떻게 망칠지 고민하는 것 같다”며 “전임자 조 바이든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수조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중에도 “나는 시 주석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모든 협상은 두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상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양국 (미국의 145%와 중국의 125%) 관세는 큰 금액으로 농담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분리)’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사이에 언젠가는 큰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중국은 가장 큰 경제적 경쟁자이자 가장 큰 군사적 라이벌이기 때문에 ‘특별한 협상 방식(formula)’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 주석이 14일 베트남 판민친 총리와 만나는 동안 베트남 국영 언론은 양국이 40건 이상의 거래에 서명했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SCMP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은 사설에서 “시 주석은 두 나라에 생산 및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으로 두 나라 간 무역은 2024년에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트럼프 1기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중국업체들이 베트남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해 미국 시장을 공략했으나 베트남은 이번에 46%의 상호 관세가 부과됐다.
베트남은 중국 제품의 우회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을 줄이겠다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의 방문을 맞아 베트남이 미중 사이에서 어떤 줄타기 외교를 할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베트남에 도착한 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기고한 글에서 “양국은 산업 및 공급망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5G, 인공지능, 녹색 개발 등 신흥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창출하자”고 말했다.
시 주석은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무역주의는 출구가 없다”며 “우리 두 나라는 다자간 무역 시스템, 안정적인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단호히 보호하자”고 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