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 완화를 예고했지만, 미국 경제에 타격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 발표에 따른 공급망 영향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 지표상으로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세다. 실업률은 낮으며, 물가 상승률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반영하지 않은 지표로, 시간이 지나면 관세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과 물가 상승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체 플렉스포트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라이언 피터슨은 관세 발효 3주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상 컨테이너 예약량이 60% 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상품 수입을 취급하는 화물선 운항사들은 다음달 로스앤젤레스 항구를 통한 입항을 20회 상당 취소했다. 지난달보다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지수는 이달 39 포인트 급락해 -26.4를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미국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에 사용할 불꽃놀이도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스테이시 블레이크 미국 불꽃놀이 협회장은 WP에 “내년 미국 독립 250주년 행사를 위해선 중국 제조업체들이 지금 불꽃놀이 생산을 시작해야 한다”며 “현재 생산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 가정용 불꽃놀이 제품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행사용 불꽃놀이의 경우 3분의 2를 중국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블레이크 협회장은 올해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에서도 일부 인기 제품은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각국과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여러 번 통화했으며, 일본과 관세 협상도 합의가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도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미중 협상은 특히 접근 방식 차이로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부동산 사업 거래와 같이 정상 간 일대일 협상을 원하고 있다. 중국은 실무 관료부터 시작하는 상향식 협상을 선호하고 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DGA 그룹 선임 고문은 “(미국과 중국은) 다른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 차이는 양국 무역 분쟁이 조기에 해결될 가능성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관세를 현 145%에서 60%로 낮추더라도 미국의 전체 평균 관세율은 16% 정도다. JP모건체이스 분석에 따르면 무역 전쟁 이전인 약 2.2%보다 7.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할 세금은 5000억달러(약 720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엎질러진 물”…관세 완화 시사에도 경제는 이미 타격[트럼프 100일]
전문가들은 당장 관세 조치를 중단하지 않는 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 연구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콘스탄스 헌터 수석 경제학자는 WP에 “치약을 튜브에 다시 넣을 순 없다”며 “한 번 짜면 계속 나온다”고 비유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 경제학자는 “몇 주 내 미국 매장 진열대가 텅텅 비고, 중국 제품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팬데믹 때와 유사한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라며 “다음 달부터 트럭 운송, 물류, 소매업 분야에서 중대한 인력 감축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