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에 이어 미 해병대 병력까지 LA 투입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로스앤젤레스 지역 시위가 “무정부 상태에 가깝다”고 주장하며, 남가주 펜들턴 기지에 주둔 중인 해병대 병력이 LA 파견을 위한 ‘높은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 같은 입장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통해 공개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LA 시위 격화를 이유로 주방위군 2천명 투입을 명령하며 주 정부를 우회한 직접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백악관은 “ICE 요원과 연방 재산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해병대 투입 검토는 사실상 ‘군사 작전’ 단계로의 격상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LA 시위는 지난 6일,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및 한인타운 일대에서 불법 체류자 대대적 단속에 나선 이후 시작됐다. 다수의 이민자 체포와 무차별 단속에 분노한 시위대는 도심 곳곳에서 거리로 나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충돌하며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에 대해 “법 집행기관을 공격하는 자들은 폭도일 뿐”이라고 비난하며, “ICE와 법 집행기관을 해병대가 지원할 수 있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반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해병대 투입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LA시 캐런 배스 시장도 “지금 필요한 것은 무력 진압이 아니라 공동체와의 대화”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펜들턴 기지 소속 해병대는 “치안 유지와 연방 재산 보호 목적”으로 동원될 수 있으며, 필요 시 ‘반란법(Insurrection Act)’ 발동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란법이 발효되면 대통령은 주지사의 동의 없이도 현역 군 병력을 국내에 배치해 치안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현재까지 LA 지역 시위 과정에서 10여 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으며, ICE는 “폭력 시위에도 불구하고 단속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도 전국 차원의 연합작전을 실시 중이다.
LA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민단속 항의 시위는 이제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충돌, 민간과 군의 대치라는 헌정 질서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병대 투입이 현실화될 경우,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하게 된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