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여 최종 시행을 앞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미국 빈곤층과 저소득층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 시간) “이 법안은 수십년간 미국에서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역(逆) 로빈후드'(Robin-Hood-in-reverse)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3일 미 의회를 통과한 OBBBA는 트럼프 1기 행정부였던 2017년 시행된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초과근무수당·팁 소득 감면 등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3조달러 이상의 재정 부담을 메우기 위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와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등 복지 지출은 대폭 삭감됐다.
가디언은 “연소득 5만달러 이하 가구에 속한 미국 인구의 30%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은 하위 10% 소득층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으로 인해 하위 10% 소득층은 평균 1600달러의 실질소득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연소득 69만2000달러 이상인 상위 10%는 평균 1만2000달러의 소득이 늘어나며, 상위 0.1%(연소득 330만달러 이상)는 평균 10만3500달러의 감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예일대 예산정책연구소는 향후 10년간 하위 20%의 소득은 평균 2.9% 줄어들고, 중하위층도 평균 0.4%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상위 1%는 평균 1.9%(약 3만달러)의 소득 증가가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감면 조항을 ‘서민 감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미미하다고 본다.
존 리코 예일대 예산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하위 50% 소득층의 대부분은 원래도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 감세 효과는 1인당 연간 10달러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연 10만달러를 버는 직원이 더 많은 감세 혜택을 받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자녀세액공제 확대 역시 저소득층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꼬집었다.
연소득 1만6000달러의 한부모 가정은 추가 공제를 받지 못하지만, 연소득 40만달러의 부부는 1000달러의 공제 증가 혜택을 받게 된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는 이 법안으로 인해 약 1060만명이 건강보험을 잃고, 800만명에 달하는 푸드스탬프 수급자가 자격을 상실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440만 명의 저소득·중산층 대학생들이 연방 장학금 일부 또는 전액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은 노동자·아동·장애인·노인을 공격하는 초유의 입법”이라며 법안 저지를 위해 8시간 45분 동안 단상 연설을 이어가 역대 최장 발언 기록을 세웠다.
그는 “부자들에게 세금 감면을 주기 위해 서민의 식탁에서 음식을 빼앗는 법안”이라며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 우리는 이보다 더 나은 나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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