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독립기념일에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머스크는 4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아메리카당’ 창당 여부를 묻는 온라인 투표를 올리며 신당 출범을 본격화했다.
머스크는 “독립기념일은 양당 체제에서 독립하고 싶은지 묻기에 완벽한 날”이라며 “우리가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을 창당해야 할까?”라고 질문했다.
이어 그는 상원 23석, 하원 810개 선거구에 집중해 소수 의석으로 법안 통과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매우 근소한 의석 차이를 고려하면, 이 정도만으로도 논쟁적인 법안에 국민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이번 창당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초대형 예산 및 정책 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에 공개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머스크는 이날 OBBBA에 반대표를 던진 랜드 폴 상원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100점” 이모티콘으로 전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머스크가 창당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의 챗봇 ‘그록’도 “아메리카당은 허상에 그치지 않고, 머스크가 소수 의석으로 법안을 국민에게 봉사하도록 강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생성해 머스크의 정치 행보에 힘을 실었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달 말에도 OBBBA 법안을 지지한 상원의원들을 겨냥해 “부끄러운 줄 알고 머리를 매달아야 한다”며 낙선운동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지원하며 일약 정치적 실세로 떠올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130일간 연방정부 개혁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OBBBA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머스크와 트럼프 간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중순 머스크의 사과로 봉합되는 듯했던 갈등은 법안 최종 통과를 앞두고 머스크가 다시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재점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루스소셜에서 머스크의 기업들에 대한 연방 보조금 축소를 시사했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머스크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추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신당 창당 움직임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반트럼프·비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흡수해 공화·민주 양당 독주 체제를 흔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치권은 머스크의 본격적인 정치 진출과 ‘아메리카당’의 현실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