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연준 청사 개보수 문제 삼아 파월 사임 압박
대법원 최근 대통령의 연방 조직 통제 확대 판결 내려
“정당한 해임 사유” 법적 논란…독립기관 중립성 위협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연준이 워싱턴 본관 공실 건물을 수리하는 데 25억 달러를 쓴 것을 문제 삼으며, 파월 의장을 “형편 없는 사람”이라 비난했고 그를 해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연준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1930년대 이후 개·보수를 받은 적이 없고, 공사비는 계획했던 것보다 약 7억 달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의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서한 초안을 흔들며, 의견을 물은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해임 개념에 대해 말했을 뿐이고, 해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한발 물러섰다.
미시간대 금융·법·정책 센터의 제러미 크레스 교수는 “이번 논란은 ‘정당한 해임 사유’로 포장된 명백한 가짜 분노”라며 “사유가 형식적이긴 해도 연준 의장 해임은 전례가 없는 법적 영역”이라고 꼬집었다.
연준 의장 해임 정당한가…90년 법적 선례 흔드는 트럼프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연준 의장을 해임할 법적 권한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대법원이 대통령 권한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시작과 함께 정부 감시관, 독립기관 이사회 위원, 일반 연방 직원을 해임해 법적 다툼을 벌이는 등 연방 관료 조직에 대한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법원은 최근 대통령의 독립기관 수장에 대한 해임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판결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복직 중지 요청을 받아들여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 위원 귀네 윌콕스와 연방 메리트 시스템즈 프로텍션 보드(MSPB) 의장 캐시 해리스의 복직 명령 효력을 일시 중단했다.
이는 독립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오랜 세월 보호해온 90년된 법적 선례에 사실상 반기를 든 판결이란 평가를 받았다. 1935년 대법원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윌리엄 험프리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해임하자 “대통령이 독립기관 위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할 수 없다”고 판단해, 독립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의 원칙을 확립했다.
이를 뒤집는 최근 대법원 판결은 독립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대통령 권한 사이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를 가진 연준 등 다른 독립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5월 판결을 내리면서 이번 판단의 근거가 연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연준은 “독특한 역사적 전통을 가진 준민간 조직”이라는 이유에서다.
전 연준 이사이자 다니엘 타룰로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이는 연준에 특별한 보호장치가 있다는 대법원의 명확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청사 개보수와 관련한 부적절한 처신을 근거로 해임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현행법상 ‘정당한 해임 사유’가 무엇인지는 판례가 거의 없다. 비효율, 의무 태만, 위법행위 등 법령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이라고 덧붙였다.
피터 콘티-브라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사기나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은 그런 정황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이 진정으로 관심 있는 건 금리고, 법적 절차를 우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연준은 다른 독립기관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대통령에게 우호적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컬럼비아대 메넌드 교수는 “보통이라면 파월이 열 번 싸워 열 번 이긴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다. 현 대법원은 대통령의 위법 행위에 눈감고, 대통령의 권한을 과도하게 확장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