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신 지지 기반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기대에 반(反)하는 외교 행보를 지속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소속 칼럼니스트 스티븐 왈트는 21일(현지 시간) 공개된 ‘왜 트럼프는 계속 그의 지지층을 배반하는가’ 제하 기사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왈트는 현재 미국의 외교 정책 기조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지지층에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 등에서 마가 지지층이 요구하는 고립주의와 동떨어진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對) 우크라이나 원조를 끊겠다던 기존 입장과 달리 군사 물자 공급을 허용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도 우호적인 방향으로 태도를 달리하고 있으며, 이란을 직접 공습해 마가 지지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설명이다.
왈트는 “나는 트럼프가 새로운 사람이 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는 여전히 관세 전쟁에 전념하고,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핵심 동맹과의 관계를 약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전과 달리 마가 지지층의 기대에 맞지 않는 행보를 적잖이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왈트는 그 이유로 ▲블롭(blob·이상주의 외교 엘리트 그룹)의 귀환 ▲현실 순응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자존심을 꼽았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 외교 기조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와는 결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인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을 요직에 앉혀 ‘블롭’을 넘어서려 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순종하는 성향이지만, 인사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가다. 왈트는 그 이유가 “트럼프는 부하들에게 명확하고 논리적이며 일관된 지시를 내릴 역량이 부족한 나쁜 관리자”여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블롭’ 그룹에 속하는 이들을 요직에서 몰아내더라도 각 부처·기관에 남은 이들의 세계관마저 모두 바꿀 수는 없고,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배치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을 막기는 어려웠으리라고 왈트는 설명했다.
국제 정세의 현실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두 개의 전쟁’ 종식 등 주요 외교정책 목표를 제시했지만 취임 후 녹록잖은 현실을 깨닫고 이에 적응하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왈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우정이 그다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푸틴이 전쟁을 끝내지는 않으리라는 점을 깨달았다”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임 바이든 대통령의 접근법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개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종전을 압박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최근 변화는 그가 배우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중동의 경우 이란의 농축 우라늄 포기를 주장했지만, 이란이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전쟁 불개입’ 원칙을 깨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에 넘어갔을 수 있다.
아울러 중국과의 무역 전쟁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경제 피해가 불가피하고 중국의 기술 발전은 막을 수 없다는 인식하에 잠정 무역 합의를 위해 협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고 왈트는 분석했다.
마지막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심을 꼽았다. 이 관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개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신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며, 나토에 우호적인 기조 선회는 마르크 뤼터 총장의 극찬 때문이다.
왈트는 아울러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접근법도 이런 설명과 전적으로 일치한다”라며 “그는 모든 이의 관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관세를 좋아한다”라고 했다. 관세 카드를 꺼낼 때마다 전 세계의 관심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쏠린다는 것이다.
왈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미국에는 좋지 못하리라고 봤다.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강력한 경쟁국이 있으며, 국제 정세도 실수나 실책이 허용될 만큼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