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네 번째이자 미국의 주요 무역국 가운데는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방금 일본과의 대규모 합의를 완수했다”라며 “아마도 역대 최대 규모의 합의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합의에 따라 향후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9조8250억 원)를 투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는 수십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자동차, 트럭, 쌀과 특정 농산물 등에 있어 자국을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합의에 따른 일본의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0% 포인트(p) 낮아진 15%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미국에 매우 신나는 시기”라며 “우리는 일본과 매우 훌륭한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보내줘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후 공화당 만찬 행사에서는 “(일본과) 또 다른 합의를 완수할 것”이라며 “일본은 알래스카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관련해 우리와 합작법인을 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합의를 체결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라며 “우리는 LNG와 관련해 일본과 합의를 체결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합의를 두고 “모두에게 매우 훌륭한 합의”라며 “우리는 국가로서 매우 잘하고 있다. 우리는 강하고, 관세로 많은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미국은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무역 협상을 체결했다. 다만 일본의 경우 규모 면에서 미국 5대 교역국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갖는 의미가 크다.
당초 오는 8월1일 전 미국과 일본의 무역 합의를 두고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쌀 판매를 비롯해 일본의 경제 주축인 자동차 관련 품목 관세 등을 두고 양측이 교착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일본이 “막대한 쌀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도 우리 쌀은 수입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일본은 우리에게 차 수백만 대를 팔지만 우리 차는 수입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패배하며 협상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국내 정책 동력을 잃은 만큼 협상에서도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고, 자칫 미국의 합당한 협상 파트너 대우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발표에 앞서 일본에서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전날 장관급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그는 협상 상대와 일정도 확정하지 않고 일단 방미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유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 명분인 대미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의지로 읽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합의가 “국익을 건 교섭의 결과”라며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내지 회담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협상 타결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협상의 세부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합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쌀 개방과 관련해 “이번의 합의로 농업을 희생하는 일은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합의에 농산물 등 일본 측의 관세를 낮추는 일은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기존 ‘미니멈 액세스(minimum access·최소한의 쌀 수입 의무화)’라는 제도 안에서 국가의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하면서 필요한 쌀 조달을 확보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산 쌀 수입 비중 확대 선의 합의로 풀이된다.
NHK에 따르면 자동차 품목 관세의 경우 기존 25%의 절반 수준인 12.5%로 인하된다. NHK는 일본 관계자를 인용, 기존 미국이 부과하던 2.5% 관세를 더하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15%가 된다고 전했다.
현재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되는 50%의 품목 관세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료세이 재생상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임무를 완료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합의는 한미 무역 협상에도 참고가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에서도 오는 8월1일 상호 관세 유예 시한 만료를 앞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경제·외교·산업 장관 및 통상 담당이 주내 미국을 방문한다.
현재 한국과 미국 간 협상 쟁점은 농축산물을 포함한 한국의 대미 비관세 장벽 완화, 미국의 자동차 품목 관세 인하 등이다. 미국과 일본이 합의한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역시 한미 간 협상 의제로 꼽힌다.
미국은 아울러 자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30개월) 해제 및 쌀 시장 추가 개방 등을 한국에 요구해 왔다. 한국 정부는 일단 국내적으로 민감한 쌀과 소고기 문제는 협상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