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요 무역국인 일본과 합의를 체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봉합 수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시장과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다음 달 1일 보편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이 불분명한 만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대담한 도박인 상호 관세 정책이 현재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대대적인 관세가 미국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8월 1일 상호 관세 발효 약 열흘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협상국 중 하나인 일본과 15% 관세에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골자로 한 무역 합의에 사인했다.
15%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 1.5%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세다. 하지만 애초 일본에 부과하겠다고 한 관세가 25%였던 만큼 일본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관세 도박’ 먹혔나…”단기로는 승리, 장기는 미지수”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은 단기적으론 승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과 업계가 우려했던 건 관세율 자체보다 예측 불가능한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었는데, 주요 국가와 합의를 도출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반응이다.
지난 4월 관세 발표 직후 주가는 급락했었다. 채권 시장도 파열 조짐을 보였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주도로 관세를 90일 발효하면서 상황이 안정됐고, 이후 반등해 현재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이른바 비관세 장벽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과 합의에서 쇠고기, 쌀, 자동차 등 다양한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 개방을 끌어냈다.
에드 밀스 레이먼드제임스 정책분석가는 CNN에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관세지만, 트럼프가 위협한 것과 비교하면 마치 양보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투자자들은 단순히 숫자를 알고 싶어한다. 원하는 건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피터 부크바르 원포인트 BFG 자산파트너 최고투자책임자도 이날 아침 메모에서 “긍정적인 점은 최종 관세율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져 기업들이 이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오래갈진 미지수다. 예고한 대로 다음 달 1일 상호 관세가 전면 발효되면 대부분 국가에 적용되는 보편 관세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NBC 인터뷰에서 대부분 국가에 15% 또는 20%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관세율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적용되는 보편 관세는 10%다.
미국과 세계 경제가 더 높은 관세율을 견뎌낼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관세 부과 전 미국 수입 업체들이 들여온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기업 이익과 성장 전망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소비자 심리는 개선되고 있긴 하나, 관세 도입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고용 활동도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미국 달러는 잠재적인 경제 약화에 대한 우려로 하락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국채는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린 송 ING 중국 지역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보고서에서 “장기적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특히 8월 새로운 관세 조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경계했다.
다만 울리케 호프만-부르카르디 UBS 글로벌 주식 담당 책임자는 트럼프 행정부 역시 높은 관세와 잠재적 보복 조치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좋은 일본과 합의가 그 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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