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시민권 취득을 위한 시험을 대대적으로 개정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미 이민국(USCIS) 신임 국장 조셉 에들로우는 7월 2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시민권 시험은 지나치게 쉬워 미국의 가치와 체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시험 전면 개편 방침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민정책 강화 기조의 일환으로, 시민권 취득 과정 전반에 보다 높은 진입 장벽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암기로는 안돼… 진정한 이해 요구해야”
현행 시민권 시험은 시민학(civics)과 영어 능력(읽기, 쓰기, 말하기) 평가로 구성되며, 시민학 파트에서는 100개의 예상 질문 중 10개가 무작위로 출제되고 이 중 6개 이상 맞히면 통과할 수 있다. 질문은 미국의 역사, 헌법, 정부 구조 등 기본 상식을 다룬다.
그러나 에들로우 국장은 “이 시험은 단순한 암기 시험이 되어버렸다”며 “시민권을 부여받는 이들이 미국 민주주의와 법치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시험 방식은 시민권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예상되는 개정 내용… 2020년 방식 재도입 가능성
이번 시험 개편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20년에도 한차례 추진됐던 시민권 시험 강화 정책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USCIS는 질문 수를 100개에서 128개로 확대하고, 시험에서 20개 질문을 제시해 12개 이상을 맞혀야 합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초 폐기되고 원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에들로우는 이번에도 2020년 강화안과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주요 변경 사항으로는 다음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질문 수 확대: 시민학 예상 문항이 128개 또는 그 이상으로 늘어나 이민자들은 보다 광범위한 주제를 학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제 문항 증가: 실제 시험에서는 20개 문항이 출제되고, 이 중 최소 12개를 맞혀야 통과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질문 수준 심화: 기존의 단순한 사실 확인형 문항(예: “첫 번째 대통령은 누구인가?”)을 넘어, 헌법 조항의 의미 해석, 삼권분립 구조, 연방제도의 역할 등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항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 능력 평가도 변화 가능성: 아직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시험 전반의 난이도를 끌어올린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영어 읽기·쓰기·말하기 파트의 난이도도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민자 커뮤니티 “합법 이민에도 또 하나의 장벽”
에들로우 국장은 이 같은 시험 개정이 “시민권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며, “이민자들이 미국의 역사와 법체계, 의무와 권리에 대해 진정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민정책 고문을 지낸 더그 랜드는 “이미 충분히 도전적인 시민권 취득 과정에 불필요한 장벽을 하나 더 만드는 셈”이라며,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자들에게는 더욱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시민권 시험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시민권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이민자가 늘어나 시민권 취득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결국 합법 이민자의 정치적·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은 미국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시민권을 줘야 한다”고 밝히며, 시민권 시험 개정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예고했다.
향후 USCIS는 새 시험안에 대한 시범 적용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2026년부터 개정 시험을 공식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권 취득을 준비하는 이민자들은 시험 구조와 학습 전략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