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는 5일 “통치가 아니라 짜증(This Isn’t Governing. It’s a Tantrum.)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잘라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실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사설 요약.
트럼프는 사실이 자신의 목표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없애 버리려 한다.
지난주 일자리 증가가 3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현실 감각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정책을 재고했을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노동통계국 당국자들이 그를 깎아 내리는 음모에 가담했다며 국장을 해임했다.
명백히 연방정부의 신뢰성을 해치는 행위였으며 공화당 상원의원 일부조차 반발했다.
트럼프의 문제제기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월간 노동시장 보고서는 통계국장 손에 닿기 전 비당파적 직원들에 의해 각 부문별로 개별 추정된 수치를 종합해 작성된다. 국장이 이 숫자를 조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계국장이 해임됐다고 해서 통계국의 데이터 생산 능력이 파탄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위안이 된다. 앞으로 정부가 일자리 보고서 작성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경우 관계자들이 용기를 내 국민들에게 사실을 밝히길 바란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행위가 정부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 분명하다. 공직자들이 트럼프 마음에 들지 않는 정보를 생산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임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기업과 사람들이 통계국의 설문조사에 응하면서 응답이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신뢰가 사라져 정부의 정보 확보가 어려워졌다.
트럼프는 통계국장을 해고하면서 정보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신뢰성 문제를 만들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정부 서비스다. 비를 피하기 위해 우비를 입을지, 어떤 약을 복용할지, 어떤 투자에 나설지 등등의 판단들이 정부의 데이터에 의해 형성된다.
데이터는 정부가 기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좋은 규칙을 만들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국가는 표준화되고 읽기 쉬운 정보를 필요로 한다.
“통계(statistics)”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는 “국가에 관한 정보”다. 통계 없이 국가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좋은 규칙을 만들 수 없고, 좋은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
통계를 조작하는 나라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며, 그 대가는 고스란히 돌아온다.
그리스는 수년간 재정 적자를 축소 보고했고, 그 거짓말 때문에 2009년부터 국가 부채 위기가 시작됐다. 투자자들이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금리를 대폭 올려 국가 차입 비용이 증가했다. 많은 권위주의 정권들이 장밋빛 데이터를 발표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감추고 삶을 악화시켜왔다.
트럼프 정부도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정치적 의제에 반하는 데이터 수집을 막으려 해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온 하와이 관측소 예산을 삭감하려 하고 연방 경찰 비행을 추적하는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폐쇄했다. 질병통제예상센터(CDC) 홈페이지에서 청소년의 수면, 성행위, 약물 남용 등을 다루는 ‘청소년 위험 행동 감시 시스템’의 대규모 연구 결과를 삭제했다. 이후 법원이 제동을 걸자 데이터를 다시 게시하면서 상당 부분이 정확하지 않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트럼프가 일자리 데이터의 질을 걱정했다면 문제 해결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예산 증액이나 방법 개선을 제안하는 대신 통계국장을 해임함으로써 일자리 데이터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이번 달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에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