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전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사실상 재판소의 운영을 마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ICC 출신 재판관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된 날 나온 조치여서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9일 성명을 통해 ICC에 대한 전면 제재를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ICC가 미국인을 기소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특히 “ICC가 위협을 끝내든지, 우리가 ICC를 끝내든지 둘 중 하나”라며 재판소를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은 그동안 ICC 검사와 재판관 등 개인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했으나, 이번에는 재판소 전체로 제재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ICC 자산과 미국인이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ICC 자산이 동결된다. ICC와의 거래도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일부 필수 운영 활동에 대해서만 180일 한시적 허가가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ICC가 미국의 동의 없이 미국인을 수사하거나 기소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2002년 설립된 ICC는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반인도 범죄 등을 다루는 국제 사법기구로, 125개국이 회원국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은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과 ICC의 갈등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의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조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체포영장 발부 등을 계기로 격화됐다.
이번 조치는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에 의존하는 ICC 회원국들이 재판소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ICC 회원국인 한국과 일본 등에도 미국의 입장에 동참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ICC 재판관을 지낸 남아프리카공화국 법률가 나비 필레이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노벨위원회가 국제법과 평화 증진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한 날,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형사사법기구의 운영을 마비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수상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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