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오른쪽 어느 나라 음식이에요? 한국 음식이에요. 혹시 여러분 한국 음식을 먹어 봤어요?”
“(학생들) 한국 식당에서 먹어 봤어요. 파리에 많이 있어요.”
“한국 음식 중에서 또 뭐 먹어 봤어요?”
“(남학생, 손들면서) 순대 먹어 봤어요.”
조윤정 교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소재 공립 끌로드 모네 고등학교(Lycée Claude Monet)에서 열린 한국어 수업 동안 현지 고등학생 20여명과 주고 받은 문답의 일부다.
프랑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지난 4년 동안 정규,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3배 늘었다. 당국은 곧 제2외국어 채택 학교 수가 일본어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프랑스 내 17개교에 그쳤던 한국어 수업은 지난해 60개교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강생 수는 631명에서 1800명, 정규 수업 학생 수는 551명에서 848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끌로드 모네 고교에서는 매주 1~3학년 총 47명이 수요일에 수업을 듣는다. 학년별로 1학년 14명, 2학년 16명, 3학년 17명이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택한 학생들이 모여 한글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 8년 간 한국어를 가르친 조 교사는 학생 수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늘어 왔다고 전한다.
그는 “제3외국어(선택과목)이던 처음에는 한 반에 20명 안팎이었지만, 이후 40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다”며 “의무 과정인 제2외국어로 채택된 후 학생 수가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한국어는 영어와 더불어 한 개를 택해 꼭 이수해야 하는 ‘제2외국어’다. 과거에는 배우지 않아도 되는 선택 ‘제3외국어’였다.
이런 열풍의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단연 ‘한류’다. 지난달 끌로드 모네고 3학년 리자 타르(Lisa TARR) 학생은 “중2 때 케이팝(K-POP), 한복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2017년에는 BTS(방탄소년단)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제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받아 아미(BTS 팬)가 됐다”며 “학생들과 교감할 계기가 많아졌다. 해가 갈수록 피부로 느낀다”고 전했다.
진로를 한국학이나 한국어로 정한 학생도 늘고 있다. 프랑스한국교육원 관계자에 따르면, 파리시테대학에 있는 한국학과는 경쟁률이 20대 1, 보르도 몽테뉴 대학 한국어학과는 35대 1에 이른다고 한다.
파리시테대 한국학과를 다니고 있는 이만 엔고보(Iman Engobo)씨는 “대입에 도움이 많이 됐는데, 프랑스와 한국 간 문화 교류가 늘면서 문화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알고 있다는 것이 면접관의 관심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기술도 많이 발전돼 있고 교환학생으로 대학에 갈 수도 있다”며 “(한국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셸 세르보니(Michel Cervoni) 끌로드모네고 교장은 “의심의 여지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젊은 학생들이 진심으로 한국 문화와 유행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운다는 점”이라며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배움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세르보니 교장은 “다양한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교육 안에서 좀 더 풍부하고 자유로운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한, 흔치 않은 (한국어와 같은) 언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랑스한국교육원은 언어와 문화를 함께 공부하게 하는 현지 교육 특성에 맞게 한국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고교 방과 후 수업 격인 ‘아틀리에’를 먼저 개설한 뒤 정규 수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윤강우 프랑스한국교육원장은 “일본어를 선택한 초중고가 70개교 정도 된다고 한다”며 “(한국어 선택 학교 수가) 일본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