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를 처음으로 사과하고 ‘통절한 반성’의 뜻을 밝혔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101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규슈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그는 1995년 8월 15일 패전 50년을 맞은 담화에서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다”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여러분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와 같은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담화는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역사로 인한 내외의 모든 희생자 여러분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담화 발표 직전인 그해 7월에는 종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아시아 여성기금)을 발족했다. 2000년 6월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아시아 여성기금의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사회당의 기존 입장인 ‘평화와 호헌’ 노선을 대폭 전환해 ‘자위대 합헌, 미·일 안보조약 의 견지’ 등도 내세웠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4년 6월 30일 총리에 취임해 1996년 1월 11일까지 561일간 재직했다. 사회당 총리는 1947년 카타야마 테츠시 이후 47년 만이자 두 번째였다.
지난해 3월 3일 100세를 맞을 당시 그는 역대 총리 경험자로는 세번째로 100세를 넘겼다. 이전 장수 전 총리는 히가시쿠나미야 치히코왕(102세 사망)과 나카소네 야스히로(101세 사망) 등이다.
오이타현 어부 가정에서 태어난 무라야마는 메이지대 전문부 정치 경제과 졸업 후 어민운동에 참여했다.
오이타현 직업 서기로 시작해 오이타시의회 의원, 1972년 오이타 1구 중의원 당선과 8선 의원을 거쳐 총리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