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가부도 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공석이 됐던 스리랑카의 차기 대통령으로 라닐 위크레마싱헤 현 총리가 20일 선출되자 시위가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위대는 위크레마싱헤 총리도 국가부도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과 함께 퇴진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위크레마싱헤는 반정부 시위대를 ‘파시스트’라고 규정하며 진압을 시사해 향후 스리랑카 정국이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위크레마싱헤 신임 대통령은 21일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를 무너뜨리고 대통령 집무실과 총리실을 점거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우리는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우리는 소수의 시위대가 다수의 열망을 묵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반정부 시위대를 ‘파시스트’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압박했다.
위크레마싱헤 총리는 그동안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과 함께 ‘스리랑카 경제난의 주역’으로 불려온 인물이다. 당초 라자팍사 전 대통령과 같이 퇴진을 약속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명되자 태도를 바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까지 발동했다. 시위대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인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적폐 청산과 개혁을 좌초시킬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스리랑카 콜롬보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장악한 시위대는 위크레마싱헤 총리가 의회 투표를 통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는 결과가 나오자 그를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00th Days of Protest in Sri Lanka! Majority that makes you a dictator, one day will break your door. pic.twitter.com/mv8fHHhSOs
— Ashok Swain (@ashoswai) July 17, 2022
한 시민 운동가는 BBC에 “선거 결과가 역겹다. 134명의 사람들(의원)이 국민 요구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분노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가두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반정부 시위가 다시 불붙고 신임 대통령이 시위대를 향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사회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민들의 ‘대탈출’도 목격되고 있다. AFP통신은 매일 3000여명이 스리랑카를 벗어나기 위해 여권을 신청하고 있다면서 여권을 발급하는 부서가 매주 6일씩 하루 24시간 동안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