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한 의사가 이식 수술 중 환자 장기에 전기 빔으로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사실이 발각돼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1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0일 영국인 외과 의사 사이먼 브램홀(57)은 의료 행위 자격 면허를 박탈당했다. 영국 의사조사위원회(MPTS)는 “직업적 오만함에서 비롯된 (사건이다)”라며, 해당 사건이 영국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브램홀은 2013년 잉글랜드 버밍업 소재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던 중, 막 이식을 마친 간에 그의 이름 첫 글자를 딴 알파벳 ‘S’와 ‘B’를 의료용 ‘아르곤 빔’으로 새겨넣었다. ‘아르곤 빔’은 수술 시 의사들이 지혈과 수술 위치 표시 등에 사용하며, 통상적으로는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자국이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브램홀이 수술 중 약 4㎝ 길이 이니셜을 새겨넣은 간에는 일주일만에 이식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후속 수술을 진행하던 다른 의사가 브램홀의 이니셜을 발견하며 해당 사건이 공론화됐다.
당초 MPTS는 2020년 12월 브램홀에 5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영국 종합의료심의회(GMC)가 해당 처분이 불충분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따라 MPTS가 재심리를 거쳐 처벌 수위 강화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MPTS 징계 기록을 보면 브램홀은 2013년 2월과 8월 총 2차례 수술 중 환자 장기에 이니셜을 새겼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병원 측은 브램홀이 “실수를 했다”며, 다만 “의료 결과에 질적 영향은 없었다”라고 2018년 BBC에 전했다. 이에 더해 브램홀은 해당 행위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려운 수술 중에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브램홀은 2012년 의사와 환자로 만났던 여성 피온 머피와 공저로 소설을 창작했다. 이들이 쓴 소설 ‘레터맨(The Letterman)’은 브램홀처럼 이식 수술 중에 환자의 장기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의사를 주인공으로 전개한다.
이에 더해 브램홀과 머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메스(수술용 칼) 이야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해당 이야기는 “눈 깜짝할 사이면 된다. 한순간의 광기, 그리고 모든 것이 전과 달라질 것이다”라는 대목으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