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60대 남성을 살해한 러시아군 포로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범재판 법정에서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따라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항복한 우크라이나군 포로 일부도 러시아 정부가 곧 재판에 회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앞으로 여러 차례 열릴 전범재판 중 최초로 러시아군의 바딤 시시마린(21)에 대한 재판이 열린 가운데 그는 개전 초기 북동부 의 한 마을에서 62세의 민간인 남성의 머리에 총을 쏘아 살해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침공 나흘째 되던 지난 2월28일 교전 지역이던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의 추파히우카 마을에서 비무장 상태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62세 민간인 올렉산더 샬리포브를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탱크부대원이었던 그는 자기는 상관들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피살자의 부인에게 법정에서 사과했다.
그는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 지난 18일 첫 번째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고 이튿날 열린 2차 공판에선 미망인에게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선고는 첫 공판 후 불과 닷새 만에 내려졌다. 시시마린의 변호인은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의 우크라이나 국선 변호인으로 지명된 빅토르 오우시야니코우 변호사는 피고가 처음 러시아군이 침공했을 때만해도 그처럼 대량학살을 하거나 “격렬한 군사적 무력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고 마음의 준비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민변 변호사 볼로디미르 야보르스키는 “전쟁 중 한 건의 살인에 대한 형벌로는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에 본부를 둔 인권변호사 단체의 알프 아브라함 변호사는 이번 재판이 피고를 위한 변호사 선임등 완전히 공정한 법적 절차에 따라서 진행되었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현재 수천 건의 전쟁범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리우폴의 러시아 군은 민간인이 대피한 마리우폴 극장을 폭격했고 산부인과 병원에도 폭탄을 퍼부었다.
몇 주일 전 러시아군이 키이우 일대에서 철수한 뒤로 부차 같은 인근 도시에서는 길거리에 민간인 시신이 즐비했고 여러 곳에서 수십 명씩 묻힌 대형 집단 매장 무덤이 발견되기도 했다.
시시마린 상사의 재판 전에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가 직접 이 군인을 변호할 수는 없지만 “다른 채널들을 통해서 “변론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미국 노터데임대학교 국제법 전문가인 엘런 오코넬 교수는 시시마린상사를 재판한 것은 “러시아 손에 잡혀 있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극도로 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 군대의 사기를 높이고 가짜 뉴스를 선전하기 위해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본보기 재판”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재판이 아니라도 러시아는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의 타이밍은 좋지 않다. 러시아측이 ‘우리도 우크라이나가 우리 병사에게 한 것과 똑같이 한다’고 말할 빌미는 주지 않도록 우크라이나 정부가 좀 더 자제했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마리우폴의 파괴된 제철소에서 마지막 항전을 하다가 포로가 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재판하겠다고 그 동안 위협해왔다. 그들은 지난 주에 항복하고 러시아군에 잡혔으며, 당시 러시아는 마리우폴의 완전 함락을 선포했다.
러시아 당국은 앞으로 마리우폴 수비병들을 심문해서 ” (신나치) 민족주의자 여부를 가리는 “과정을 거칠 것이며 민간인에 대한 범죄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마리우폴 제철소의 아조우 연대 병력을 극우 신나치 전력이 있는 ‘나치’범죄자라고 주장하면서 그 지휘관들에게 아무런 증거도 없이 ” 셀 수 없이 많은 참극”을 벌인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검찰은 러시아 대법원에 아조우 연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신청하기도 했다.
아조우 연대 가족들은 이들이 포로교환을 통해서 결국 귀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탄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