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는 건 우리 선택지에 없다”며, 서방에 더 많은 군사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전쟁이 교착 상태로 향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영토는 서방의 정치적 지지와 탄약, 제재에 크게 좌우된다”며 “교착은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지다”라고 말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러시아군보다 10배 우세해야 한다면서, 러시아 침공 전 영토를 회복하는 건 일시적인 승리일 뿐 최종 목표는 전면적인 영토 점령과 주권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말 회담을 끝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평화 협상도 재개될 여지가 있다고 긍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장에서 승리도 중요하지만 결국 종전은 협상 테이블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러시아와 평화 회담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전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됐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 외 러시아에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정전 논의를 시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뒤에서 이뤄지는 대화란 있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 입장을 듣지 않고 어떻게 정전을 달성할 수 있겠냐”고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석유와 가스 금수를 포함한 러시아 경제 제재 강화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를 협상장으로 이끌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서방 제재가 이미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지만, 러시아 입장을 변화시키는 데는 영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서방 정부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제재 영향을 완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또 동맹들이 단순한 중재자에 그쳐선 안 되며, 러시아가 적대행위를 끝내고 휴전을 준수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을 정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한 발언을 강하게 규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다. 러시아는 지난 8년간 우릴 죽여왔다”며 “무슨 얘길 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반면 전쟁 초기부터 강력한 지지와 지원을 해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전날 신임투표 승리에 대해선 “훌륭한 소식”이라며 “매우 중요한 동맹을 잃지 않아 기쁘다”고 축하했다.
유엔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 봉쇄 해제 논의에 대해선 러시아 선박에 접근권을 주지 않는 한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만이 세계 식량 위기를 야기한 만큼, 러시아 당국과 대화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선 “우릴 (나토에) 받아들이겠다면 초대해 달라”면서 “하지만 우린 현재로선 (가입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선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후에도 이번 전쟁으로 불붙은 민족정신이 지속되길 바란다며 “그 정신이 국가를 회복하고 위대한 나라가 될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