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스스로 퇴임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7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올해 85세 고령인 교황이 대장 수술을 받은 이후 가톨릭 내부에서 보다 진지하게 교황의 퇴임 여부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교황이 휠체어에 의존하는 날이 부쩍 많아진 데다 지난달 29일 신임 추기경 21명을 서임하자, 퇴임 수순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80세 미만의 신임 추기경 16명을 대거 서임한 것을 놓고 교황 선거인 콘클라베 투표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WP는 “새 추기경 대거 유입은 향후 있을지도 모를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 투표에서 60% 이상 같은 생각을 가진 추기경들을 선택한 차원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지하는 후보의 차기 교황 선출 가능성을 높였다는 취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8월27일 신임 추기경 서임식을 주재할 예정이다. 서임식 후 교황 주재 추기경 회의도 소집해 뒀고, 종교·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이탈리아 중부 도시 ‘라퀼라 대성당’에서 미사 집전 계획도 잡혀 있다.
교황이 라퀼라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728년 만이다. 교황은 또 라퀼라 대성당 미사 집전 때 첼레스티노 5세(1215∼1296) 전 교황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바실리카’도 찾을 예정이다.
이런 중요한 일정들이 이탈리아 여름 휴가 기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8월부터 9월 중순까지 이탈리아 전역이 여름 휴가에 해당하며 도시 전체가 ‘셧다운’ 되기 때문에 이전 교황들은 이 기간에 중요한 일정들을 소화하지 않았었다고 WP는 설명했다.
바티칸 일각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출국 일정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는 것도 향후 거취와 연계된 행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교황은 7월 중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 중앙아프리카 국가와 캐나다 순방이 예정돼 있다. 9월에는 카자흐스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교황의 퇴임 여부는 빡빡한 일정보다는 전임 교황인 베네틱토 16세와 맞닿아 있다는 게 바티칸 내부 주요 시각이라고 WP는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에게 자리를 물려준 베네틱토 16세의 서거 전에는 스스로 물러나기를 꺼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WP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인 95세의 베네딕토 16세보다 더 오랜기간 교황직을 수행해 왔다”면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