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수출길이 막히고 식량 가격이 치솟으며 아프리카와 중동에 있는 저소득 국가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직면한 이들의 수가 올해 47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식량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가로 나이지리아와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이집트, 예멘 등 5곳을 꼽았다.
이들 국가는 전쟁으로 식량확보가 더 어려워진 데다 국제원조까지 막혀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제일 많지만 수입 곡물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다. 현지에서 밀이 주식이지만 연간 소비량 1%만이 현지에서 생산된다.
주민 43%가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수입을 뜻하는 빈곤선 아래 살고 있다. 2018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5세 미만 어린이의 3분의 1 이상은 영양실조와 식량 불안정으로 성장이 저해됐다.
식량 상황을 5단계로 구분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안보 단계분류(IPC)에서 4단계 ‘긴급’ 수준인 나이지리아 주민은 6~8월 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뿔’ 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는 기후 변화와 분쟁, 식량 가격 상승 등이 맞물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올해 이들 국가에는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
세계식량계획(WFP)은 4월 보고서에서 아프리카 뿔 지역에서 가뭄으로 인해 굶주릴 수 있는 사람이 현재 1400만명에서 올해 말에는 200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말리아는 전쟁 전 밀 수입의 90% 이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내부적으로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샤바브와 정부 간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2020년부터 북부 티그라이에서 중앙정부와 반군이 충돌하고 있어 수십만명이 기아 위기에 내몰렸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8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왔기 때문에 공급 차질의 영향을 즉시 받았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선임연구원인 데이비드 라보르데는 “이집트 입장에서는 기근이 문제라기보다는 정치불안을 방지하는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의 유지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2011년 식량 위기에서 비롯됐던 ‘아랍의 봄’ 혁명이 재현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소요를 피하기 위해 이집트 정부는 새로운 밀 공급처를 모색하거나 현지 밀 수확시기를 앞당기고 사우디아라비아나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보도하기도 했다.
오랜 내전을 겪으며 기근이 확산한 예멘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특히 국제원조가 감소해 극빈층들은 아사 위험에 노출됐다.
코린 플라이셔 WFP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흑해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분쟁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