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제26회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압승했다. 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을 더한 4개 여야 정당은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선거 이틀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총격 피습 사망이 중도층의 동정표와 함께 우익 세력 결집시킨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취임해 중간평가 성격을 띄었던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한층 강화됐다.
기시다 내각은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 마련을 토대로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이루지 못한 이른바 ‘평화헌법’ 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아울러 앞으로 3년 간 대규모 선거가 없는 ‘황금기’를 맞아 기시다 정권이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기시다 총리만의 뚜렷한 정치색을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개표 상황과 출구조사 등을 근거로 정당별 확보 의석을 중간 집계한 결과 11일 오전 2시 기준으로 전체 의석수 125석(지역구 75석·비례대표 50석) 가운데 여당이 73석(집권 자민당 61석·연립여당 공명당 12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임기 6년의 참의원 전체 의석수는 248석(선거 전 245석)이다.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에서는 125명을 선출한다. 여당은 3년 전 선거에서 획득한 139석(자민 111석·공명 28석)보다 4석을 더 늘렸다. 남은 7석에 대한 개표 결과에 따라 확보 의석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야당은 입헌민주당 16석, 일본유신회 10석, 국민민주당 4석, 일본공산당 4석, 레이와신센구미 3석, 사회민주당 1석, 참정당 1석, 무소속 5석을 각각 새로 확보하는 데 그쳤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의석 22석을 더해 총 의석 수가 36석으로 줄어들었다. 선거 전 입헌민주당 총 의석 수는 45석이었다.
이번 선거 초미의 관심사였던 개헌 추진 세력(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은 현재까지 88석을 확보했다. 기존 84석을 얻었던 개헌 세력은 이번에 82석만 확보하면 개헌안 발의 가능 의석수(총 248석 중 3분의2·166석)를 채울 수 있었지만 그보다 6석을 더 많이 얻었다.
이로써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 헌법의 자위대 명기는 아베 전 총리가 생전 이루지 못한 숙원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립 명기 ▲긴급사태 조항 창설 ▲참의원 선거 합구(合區) 해소 ▲교육 환경 개선 등 개헌안 4개 항목을 공약한 바 있다.
여기에 여론 지지를 명분 삼아 개헌과 방위비(국방예산) 규모를 대폭 늘리는 방위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은 선거 공약집에서 5년 내로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증액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NHK 개표 방송 인터뷰에서 선거 전 아베 전 총리의 서거 상황을 언급한 듯 “선거 기간 중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격려로 받아들이고 큰 책임감을 느끼며 정치를 해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향후 개헌 추진과 관련해 “지난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활발했다. 우선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서라도 국회 논의를 더욱 심화시키고 구체적인 발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