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브레인이자 ‘정신적인 스승’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아온 정치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탑승한 차량의 폭발로 사망했다고 타스 통신과 BBC 등이 21일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에 차량폭탄 테러 혐의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매체에 따르면 두긴 딸 다리야 두기나가 전날 밤 9시30분께 모스크바 지역 모자이스코예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던 도요타 랜드 크루저가 폭발해 숨졌다.
두긴 일가와 가까운 안드레이 크라스노프 루스키 고리존트 사회운동 책임자는 두기나가 차량이 폭파되면서 일어난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크라스노프는 불길이 일자 고속으로 운전하던 두기나가 운전대를 놓쳐 차가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두기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크라스노프는 사고차가 아버지 두긴의 소유였다며 폭발의 애초 표적이 두긴이거나 그들 부녀 모두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크라스노프는 참변을 당한 차가 두긴이 평소에 몰았고 두기나는 다른 승용차를 운전했다며 “오늘은 두기나가 아버지차를 끌고 나왔고 두긴은 따로 갔다”고 설명했다.
정부 기관지 로시이스카야 가제타는 두긴과 딸이 모스크바 교외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석하고 집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차를 따로 탔다고 보도했다.
BBC는 두긴이 딸과 타고온 자신의 차량으로 함께 귀가하려다가 막판에 각자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지역 수사당국은 성명을 통해 두기나가 주행하던 도요타 랜드 크루저에 장착된 것으로 보이는 폭발장치가 터지면서 참사가 빚어졌다고 전했다.
현지 TV는 사고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폭발한 도요타 차량의 잔해와 파편을 수거하고 조사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수사 당국은 두기나 사망에 대해 살인 범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포렌식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사 당국은 누가 사건에 책임 있는지는 알아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언명했다.
두긴은 극우파 학자로 그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영적인 유도’를 했거나 침략의 실제 설계자라는 지적을 당했다.
1992년 태어난 두기나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철학과를 전공하다가 비극을 맞이했다.
두기나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면 소멸할 것이라는 논문을 실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