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새 총리로 리즈 트러스 현 외무장관이 선정됐다. 5일 집권 보수당의 지도부선정 위원회는 새 당대표 선정 당원투표에서 트러스 후보가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을 물리치고 보리스 존슨 후임의 당대표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 집권당 당대표는 당연직으로 영국 총리직을 맡는다. 2019년 7월 취임했던 보스리 존슨 총리는 3년 만인 올 7월 리시 재무장관 등 자신의 내각 장관이 줄줄이 사표를 내자 총리 사퇴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집권 토리(보수당)은 후임 당대표 겸 차기 총리 선정에 들어가 359명의 보수당 소속 현역 하원의원들이 참여하는 최저투표자 제거 방식의 인기투표를 5차례 실시했다.
이 인기투표서 트러스 후보는 3위였다가 막판에 간신히 2위에 올라 부동의 1위였던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과 전국 보수당 당원들의 한 달 여 우편투표에서 맞붙게 되었다.
이 당원투표에서 트러스 후보는 8만1326표를 얻었으며 수낙 후보는 6만399표를 얻었다. 하원의원 지지와 다른 트러스 후보의 우세는 당원 우편투표 초반부터 여론조사 등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트러스 후보는 6일(화) 스코틀랜드 발모랄성에 여름 정양 중인 엘라자베스 2세 여왕을 찾아 새 총리로 임명될 예정이다. 트러스에 앞서 같은 날 존슨 총리가 먼저 스코틀랜드로 가서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다.
트러스 새 총리는 6일부터 재직하며 정기 총선이 예정된 2024년 12월까지 재직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가 10.1%나 되고 가계 에너지비 지불액이 평균 연 3600파운드(550만 원)에 달하는 등 현재 영국의 민생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보수당이 과반선의 40석을 웃도는 절대 우세의 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해야 할 처지로 몰릴 수 있다.
야당 노동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어 조만간 총선을 하면 2010년부터 집권한 보수당이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트러스 새 총리(47)는 1978~1990년의 마가렛 대처 총리와 2016년~2019년의 테리사 메이 총리에 이어 영국의 3번째 여성 총리이며 첫 40대 여성 총리이다. 이들은 모두 보수당(토리) 소속이다.
트러스 후보는 대처의 ‘적극적인 작은 정부와 시장 경제 무한 신뢰’의 우파 기조에 투철하다. 영국은 가계 에너지 지불액이 올 4월에 54%, 8월 말에 다시 80%가 올라 1년 새 3배 가까이 폭등해 서민들의 가계를 돕기 위한 정부 보조가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 개입을 절대적으로 줄이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대처리즘의 트러스 총리가 과연 수백 억 파운드가 소요되는 서민 민생지원의 국채 발행 및 세금 감면에 나설 것인지에 부정적인 추정이 강하다. 이럴 경우 영국 서민의 물가고 고통은 심각해진다.
10년 차 하원의원으로 보리스 존슨 정부의 두 번째 외무장관으로 발탁돼 1년 넘게 재직한 트러스 새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및 브렉시트 후 유럽연합과의 북아일랜드 갈등 등 대외 현안에 정통하다고 할 수 있다.
수낙 하원의원과 트러스 하원의원 모두 존슨 총리 내각의 이너서클이었으나 두 의원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7월7일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의 기습 사임과 함께 시작된 같은 토리 하원의원들의 존슨 축출 운동에서 수낙은 재무장관으로 있다가 자비드 성명 후 10분에 동반 사임했다. 그러나 트러스 의원은 존슨이 나흘 후 사퇴를 발표할 때까지 사임하지 않고 옆에 있었다.
보수당 당원투표가 7월25일부터 9월2일(금)까지 한 달 열흘 정도 지속되고 이 기간에 민생고 문제가 터졌지만 존슨 총리는 새 총리가 주요 결정을 해야한다면서 국정에서 손을 놓아 영국의 경제 위기가 심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아닌 집권당 당원투표로 새 총리가 된 트러스 정부는 산적한 국정 현안을 한정된 여론 지지 속에 해결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