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지원 계획에 맞서 러시아가 미국·유럽을 타격할 수 있는 핵 무기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카라카예프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사령관은 15일(현지시간) 즈베즈다TV 인터뷰에서 “볼로고예 편대가 있는 트베리 지역의 미사일 부대가 이동식 야르스 시스템으로 전투 임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카라카예프 사령관이 언급한 것은 최소 4개의 핵 탄두 탑재가 가능한 러시아의 전략 미사일 시스템 RS-24 야르스(Yars)다. 이동식 또는 사일로(격납고) 기반의 고체 추진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야르스는 토폴(Topol)-M 미사일 시스템을 개조한 것이다.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렸던 원자폭탄 위력의 12배 이상에 달한다. 사거리는 1만2000㎞로 미국과 유럽 대륙을 위협한다. 미국의 방공망도 뚫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는 14일 모스크바 남서쪽 칼루가 지역의 코젤스크 군사 기지 지하 사일로에 거대한 야르스 로켓을 설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 계획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CNN은 지난 13일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인도 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전략미사일부대의 날(17일)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지원 계획에 대해 “도발”이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 확대”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국을 포함해 많은 전문가들은 확전을 초래하고 미군을 직접 전쟁에 끌어들일 위험을 높이는 그런 조치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은 “미국에 의한 확전으로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제공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미 러시아 대사관도 같은 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세계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15일께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공식 발표는 없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에 대해 “지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새로운 안보 지원 패키지에 대해 오늘 발표할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언제나처럼 우크라이나가 국가를 방어하는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면서 내년 1월부터 독일 내 미군 기지에서 우크라이나군 훈련 규모를 매월 약 500명 정도로 두 배 가량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에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 지원을 요청해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제공하면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집중 타격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지만, 러시아가 다시 핵 카드를 꺼내 들며 위협하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