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중심부에 최근 몇 주 새 대공무기들이 대거 배치되면서 주민들이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겁을 먹고 있다고 러시아의 독립언론 더 모스크바 타임스(The Moscow Times)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대공 무기가 배치된 모스크바 북동부 로시니 오스트로프 국립공원 인근에 사는 한 모스크바 주민은 “겁에 질린 사람들도 있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으며 전쟁이 악화한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면서 “공식 발표가 없는 것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모스크바 전역의 공원, 건물 옥상 등 최소 5곳 이상에 대공무기가 배치됐다. 크레믈린궁에서 몇 km 떨어진 국방부 건물 옥상에는 판치르-S1 대공 무기가 설치돼 있으며 모스크바 북부 티미랴체프스카야 지하철역에는 S-400 지대공 미사일이 설치됐다.
이들 대공 무기는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를 공격할 능력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설치된 것이다.
로시니 오스트로프 국립공원에서는 노동자들이 지난 1일 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했다고 한 모스크바 주민이 전했다.
지난주에는 모스크바 중심부 타간스카야 지하철역 인근에도 대공 무기가 배치된 것이 목격됐다.
타간스카야역 인근 주민인 한 여성은 “모스크바에 대공 무기가 배치됐다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때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발코니에서 옆 건물에 대공 무기가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놀랐다. 그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불꽃놀이가 벌어졌고 몇 번이나 일어나 별 일 없는 지를 확인해야 했다. 정말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대공 무기를 보면서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주민들도 있고 전쟁 뉴스를 보기가 지겹다는 주민들도 있다.
국방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베라는 “모스크바 중심부와 국방부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신경 쓰지 않고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너무 지쳐서 신경 쓰기 싫다”고 말했다.
공대지 및 지대지 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판치르-S1 미사일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공식 거처인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인근에도 배치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공 무기 배치를 설명하는 당국자는 전혀 없으며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도 지난 20일 러시아가 모스크바 공격에 대비하는 지에 대해 언급하길 거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주말 모스크바 지역을 향한 공습을 격퇴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 유리 폐도로프는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를 공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할 기술적 역량이 있다. 그 드론이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까지 오는 동안 러시아 대공 무기가 요격할 수 없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에 대공 무기가 설치된 것은 “러시아 대공 방어망이 한심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대공 무기 배치는 우크라이나가 국경 넘어 1000km에 달하는 러시아 본토 깊숙한 사라토프와 랴잔 지역을 드론으로 공격한 뒤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공 무기를 드러내 놓고 설치함으로써 선전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있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인구 밀집 지역에 대공 무기를 배치한 이면에 “전쟁이 러시아 일반인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퍼트리려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