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알제리계 10대 이슬람교도가 귀가 중 한 경찰관이 사용한 총기에 숨진 가운데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7일째 맞은 시위는 점차 진정세를 찾고 있다.
지방 시장들이 모여 시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지만, 총격을 가한 경찰관에 약 14억 원에 달하는 모금이 이뤄지면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4만5000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했고, 한때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마르세유와 리옹 등에는 특수부대가 투입돼 긴장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대대적인 군경 배치 속에 일부 시위대는 과격 시위, 폭동, 약탈 등 혐의로 체포됐다. 시위가 진정되면서 1311명에 달했던 체포자는 점차 줄었다.
佛 시장, 시위대 향해 “살인마”…총격 가한 경찰 향해 기부 행렬
3일 프랑스24, AP,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사망자의 고향인 낭테르에서는 파트리크 자리 시장이 “폭력사태가 진정된 것은 기쁘다”면서도 “이 상황을 촉발한 사건을 잊거나, 정의가 계속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장(市長)협회는 성명을 내어 “프랑스 전역이 불안하다. 극에 달한 폭력이 공화주의 상징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뱅상 장브룬 라이레로즈 시장이 집회에서 시위대를 맹공했다. 시민 수백 명이 집회에 참가해 장 브룬 시장을 지지했다.
장브룬 시장은 “우리는 폭도의 진짜 얼굴을 봤다”며 “그들은 살인자다. 제 아내와 두 어린아이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이고 싶어 했다”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지난주에 민주주의 자체가 공격받았다”며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온 대다수 사람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지난 2일 불붙인 차량으로 시장의 집을 공격했다. 공격으로 인해 시장의 아내와 아이가 부상했다. 경찰은 살인 미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 10대 소년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관을 향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극우 평론가가 해당 경찰관을 위한 온라인 모금을 진행했고, 3일 100만 유로(약 14억1900만 원)를 뛰어넘었다.
이를 본 사망자의 조모는 “비통하다”며 “그 경찰은 내 손자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저는 사법제도를 신뢰한다”면서 “정의를 믿는다”고 호소했다.
앞서 사망자의 조모는 총을 쏜 경찰관에게 화가 치솟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해당 경찰관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체포자 수 줄면서 진정세…마크롱 대통령, 현장 방문
경찰은 2일 전국적으로 157명을 체포했는데, 이는 전날(719명)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진정세가 관측되자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금 더 평온해진 밤”이라고 썼다.
앞서 정부는 체포된 시위대의 30%가량이 10대 청소년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위로 연행된 시민은 모두 3354명에 달한다. 시위 동안 파리 지역 대중교통은 2000만 유로(약 284억 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내무부에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프랑스 전역에 대규모 경찰력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2일 특별안보회의를 주재한 마크롱 대통령은 3일 현장 경찰 막사를 방문했고, 4일 시위 영향권에 속하는 220개 지역 시장단과 만난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소요 사태가 일어난 장기간 구체적인 평가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파리 교외 낭테르에서 모스크 예배 뒤 인근 묘지에 안장됐다. 다만 2일까지 혼란스러운 시위와 소요 사태가 이어지자, 사회불안을 막기 위해 이를 멈출 것을 호소했다.
이번 시위로 프랑스에서 이주·이민 문제로 억눌렸던 사회 갈등이 폭발하자, 인접국인 스위스와 벨기에로도 시위 확산이 보고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 반대 시위로 올해 봄까지 고전했다. 1기 집권 때에는 연료비 인상에 반대한 ‘노란 조끼’ 장기 시위에 시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