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현지시간) 다음 달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그 곳에 가는게 국내에 있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령이 내린 상황에서 그 회의에 불참을 발표한 것에 주목하면서 정확한 사유는 밝히지 않은 채 “그 회의 참석이 내가 러시아 국내에 있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고만 말했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이번 발표는 남아공 당국이 그가 8월 22-24일 열리는 개발도상국회의 브릭스(BRICS)에 불참할 것이라고 발표한지 1주일 뒤에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남아공 당국은 원래는 푸틴대통령을 초대했었지만 이 번에는 ICC의 체포영장 발급때문에 초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크렘린 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화상 회담에는 참석할 것이라면서, 불참하기로 결정을 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또한 애초에 푸틴이 직접 요하네스버그에 가서 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심 했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9일 러시아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회의에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그 곳에 참석하는 모든 동료들과 지금도 연락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공 등 러시아와 함께 BRICS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나라들을 일일히 거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내가 브릭스 정상회의에 가 있는 것보다는 이 곳 러시아에 남아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푸틴은 국내에 남아 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현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그 동안 서구의 전세계에 대한 지배력에 맞서는 대안으로 브릭스를 적극적으로 선전해 왔다. 하지만 올 해에는 지난 3월 ICC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강제 납치한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을 기소하기로 하고 체포령을 내린 뒤여서 아무래도 회의에 참석하는 게 거북스러워 진게 사실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특히 남아공은 국제형사재판소를 창설한 로마 조약의 서명국이어서 푸틴 대통령이 남아공 영토에 발을 들여 놓게 되면 그를 체포해야 할 의무가 있는 나라이다.
남아공 정부는 푸틴이 회의에 오더라도 체포하지는 않을 거라는 강력한 신호를 그 동안 주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런 문제거리를 피하기 위해 푸틴이 참석하지 않도록 로비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와 푸틴은 ICC 체포령 자체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푸틴은 체포령이 내린 뒤로는 ICC 조약 서명국 가운데 어떤 나라에도 간 적이 없다.
국제정치 전문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남아공에 가느냐 마느냐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러시아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사건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7월 27~2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이틀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등 세계평화를 주제로 회의를 했다.
이번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경제 및 인도주의 포럼에는 17개국 정상이 참가해 45개국 정상이 참가했던 제1회 회의(2019년) 때에 비해 줄어든 규모였다.
이번 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AU)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필요성을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은 한 달 전 아프리카 정상이 내놓았던 30여개의 평화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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