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이 한창 진행되는 속에서 평화를 기대하기란 요원한 듯하다. 그러나 일단 교전이 끝나면 가자 지구를 재건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 세계가 함께 가자 지구와 주민들의 앞날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사상가, 정치 지도자, 전문가들로부터 받은 평화 아이디어 10가지를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피터 베이너트 미국 뉴욕시티대 교수는 “팔레스타인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대인 좌파와 좌파 진영 전반을 대변하는 잡지 주이시커런츠(Jewish Currents·1946년 창간)의 총괄 편집장도 맡고 있다. 다른 지도자와 전문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을 파견하라는 제언과 2국가 연합체제를 형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가자지구 평화해법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언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팔레스타인 정권을 만들어야”…피터 베이너트 쥬이시커런츠 총괄편집장 겸 뉴욕시티대 교수
현재 유대계 이스라엘인 대부분이 가자 지구 침공을 지지한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능력과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마스를 무력화한 이후에도 소요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 가자 지구를 통치할 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이스라엘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복수를 원하는 팔레스타인들이 소요를 일으킬 것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살해한 사람들 가족들을 전사로 양성할 것이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이스라엘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소요를 잠재우지 못한 미국처럼 힘과 능력을 과시하며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은 9.11 사태 뒤 미국처럼 목표를 줄여 잡아야 한다. 10.7 학살을 주도한 사람들을 지구 끝까지 추적해 끝장내야 한다. 대신 가자 지구 침공을 멈추고 모든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할 수 있는 장기 휴전 협상을 해야 한다. 동시에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포괄하는 팔레스타인 정부를 허용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윤리적으로 자유를 추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정상적으로 협상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은 2005년 이래 선거를 치르지 않고 있는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기구 수반이 아닌 합법적 지도자들을 선출해야 한다. 이스라엘 하레츠 신문이 제안한 대로 이스라엘이 수감돼 있는 마르완 바르구티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그는 하마스 지도자들보다 더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폭력으로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것을 지지하면서도 “증오를 부정하고 복수 대신 정의”를 선택한 만델라를 지지해왔다.
바르구티 등 신뢰할 만한 비 하마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자유를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협하는 서안 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을 해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대 극우주의자들이 이슬람 교도들의 성지인 성전 산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유를 얻을 때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외교 관계를 맺지 않기로 약속해야 한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유력 팔레스타인 인사들이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하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참여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바르구티가 이를 감독하면서 민주화된 PLO에 다시 힘을 실음으로써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치 역정을 제시할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이 제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다만 다음 총선에서 그의 리쿠드당이 대패할 것이라는 여론 조사결과가 나온다. 미 정부가 이스라엘 다음 정부가 지금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해야 한다. 현 정부는 가자지구를 초토화할 수 있을 뿐이다. 팔레스타인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며 이스라엘의 안전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
“NATO군을 파견하라”…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하마스를 무력화하는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은 서방 국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길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세계에 다음 단계에 대한 계획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 이스라엘 정부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장기전략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연립 정당들 대신 이스라엘의 안정과 안보를 바라는 지도자들이 답을 제시할 수 있다.
내 제안은 다음과 같다.
하마스 무력화 군사 공격이 끝난 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전면 철수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미국, 기타 동맹국들이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파견하는 국제군 배치에 합의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감독 아래 운영되도록 합의해야 한다.
국제군이 가자지구에 진주해야 한다. 아랍국가들은 파병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정권을 위협하는 하마스의 해체만을 바랄 뿐 어느 나라도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인상을 받길 바라지 않는다.
국제군이 가자지구에 18개월 동안 주둔하면서 팔레스타인 정부기구 수립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군사 공격을 중단하고 2국가 건설 해법에 바탕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협상을 즉각 시작하겠다고 발표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안정과 협력을 이루고 이스라엘과 온건 아랍국가들 사이에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해법이다.
네타냐후 정부는 원하지도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 따라서 현 정부부터 교체하는 것이 필수다. 현 정부가 떠나고 가자 전쟁이 끝난 뒤에야 다음 단계를 위한 조치를 시작할 수 있다.
[라파=AP/뉴시스] 12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잔해 속 생존자를 찾고 있다. 2023.12.13.
[라파=AP/뉴시스] 12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잔해 속 생존자를 찾고 있다. 2023.12.13.
“경제 발전 희망을 제시하라”…라자 할리디 팔레스타인 경제정책연구소장
가자 전쟁이 3개월째 접어들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제2의 나크바(nakba: 이스라엘 건국 당시 팔레스타인 추방 사태를 가리키는 말로 재앙이라는 뜻)를 걱정하고 있다. 가자지구와 서안 지구의 통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팔레스타인에 맡겨야 한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국제사회가 2국가 건설 해법에 따른 평화적 분쟁 해결을 가장 지지한다. 이것이 달성될 수 있으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경제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가자 지구의 재건과 경제 회복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스라엘의 파괴로 전쟁 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최저 수준인 1500달러에서 내년에는 0달러로 떨어지게 된다. 이집트 시나이 지역으로 난민이 대거 유입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에 다음 세가지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
우선 대부분이 난민이 된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주거지, 의복, 의료 지원을 해야 한다. 유엔은 이를 위해 11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둘째, 본격적인 재건이 시작되기 전 무너진 잔해를 치우고 그 밑에 깔린 시신들을 발굴하고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을 복구하고 공공서비스를 담당할 임시 기구를 설립하며 민간 경제가 재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포에 질리고 가난에 시달리는 난민들, 불구가 되고 영양실조에 빠지고 넋이 나간 난민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민들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모든 가자 주민들에게 기초 수입을 보장해야한다. 1년 동안 매달 1인당 2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가자의 생산성이 회복될 때까지 비용은 5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스라엘 동맹국들과 아랍국들이 군사 공격을 막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로 미국인들이 140억 달러를 부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