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J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목한 가운데 유럽에는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다고 BBC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밴스 의원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미국과의 관계 변화를 예측·대비해 왔지만 밴스 의원의 부통령 후보 낙점이라는 돌발변수에는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매체는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낙점된 밴스 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강경한 비판 목소리를 내 왔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610억 달러 규모 지원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지연하고 반대해 왔던 인물이다.
그는 올해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도 “유럽은 미국이 동아시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안보 의제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또 “미국이 제공한 안보 담요로 인해 유럽 안보가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 상관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익명의 외교관은 “유럽연합(EU)이 폭풍에 대비하는 범선에 불과하다”고 불안한 유럽 상황을 묘사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항하는 가장 큰 우군은 미국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두렵지 않으며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공화당 대다수는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을 지지한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라는 친구를 공유하고 있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왔다. 암살 미수 사건 뒤에도 존슨 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했다.
존슨 전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 그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에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대통령이 되리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밴스 의원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접점도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온 밴스 의원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으리라는 인식이 유럽에 팽배한 상황이다.
유럽 내부에서 나오는 전쟁 회의론도 우크라이나에는 큰 부담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조합에 가장 환호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EU 지도자를 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하면 취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평화회담을 하도록 재빨리 요구하겠다”고 전해 부담에 무게를 더했다.
예우헨 마흐다 세계정책연구소(IWP) 수석책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우크라이나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그를 설득해야 한다”며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사실은 그가 이라크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를 우크라이나로 초대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미국의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닐스 슈미트 독일사회민주당(SPD) 의원은 “밴스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고립주의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더라도 공화당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에 계속 남아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