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86) 전 페루 대통령이 오랜 암 투병 끝에 리마에서 사망했다고 그의 딸이자 페루 민중권력당 대표인 케이코 후지모리가 11일(현지시각) 엑스(X)를 통해 전했다.
재임시 수많은 국민의 학살 납치 등을 저지른 등 인륜적 범죄로 나중에 실형을 받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수도 리마에서 사망했다고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AP통신이 유족의 말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딸이자 페루 야당(민중권력당·FP) 대표인 케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X계정에 “제 아버지가 오랜 암투병 끝에 소천했다.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올렸다.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수학과 교수와 대학 총장을 지냈다. 1990년 페루 출신 유명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임기 초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국영 산업 민영화를 통한 경제 안정화와 게릴라 축출을 위한 과감한 치안 정책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3선 연임에 성공한 2000년,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각종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스럽게 권좌에서 물러났다고 AP는 전했다.
후지모리는 당시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 범죄와 관련한 사망자는 최소 25명이라고 페루 검찰은 밝힌 바 있다.
그는 2005년 재기를 위해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고,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이 형량은 이듬해인 2010년 페루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8년여 뒤인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이는 탄핵 위기에 몰린 쿠친스키 전 대통령의 자진 사임으로 이어지는 ‘탄핵 반대표 매수 파문’을 낳기도 했다.
페루 법원은 이후 2018년 10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취소했지만, 헌재는 다시 2022년 3월 사면 결정을 되살리라고 결정하는 등 후지모리를 둘러싼 정치적 파문은 계속되어 왔다.
페루 정부는 그러나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그에게 자유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고령에 병까지 얻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비롯한 오랜 법정 투쟁 끝에 결국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그는 호흡기·신경계 질환에 더해 설암으로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26년에 대선에 출마하기로 하는 등 끝내 정치적 야심을 버리지 않았지만 고령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86세를 일기로 결국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