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이 2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는 증거자료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남아공은 증거 자료 제출 시한인 이날 75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와 여러 권의 부속문서를 제출했다. 모두 지난해 가자 지구에서 벌어진 유혈극에 대한 상세한 자료들이다.
남아공 변호인단은 제출된 자료들이 이미 널리 보도된 내용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새롭게 발견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이스라엘을 ICC에 제소한 뒤 몇 달에 걸쳐 가자 지구에서 벌어진 파괴와 주민 고통 및 살해, 이스라엘 정치인과 군 지도자들이 밝힌 내용들을 모았다고 변호사들이 밝혔다.
남아공이 제출한 자료들은 내년에 열리는 심리 때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남아공의 기소에 동참한 나라에 제공된다.
이스라엘은 제소된 내용에 대해 문건으로 입장을 밝힐 때까지 몇 달의 시간의 시간 여유가 있다. 이스라엘은 재판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심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공 제출 자료에는 이스라엘-영국 공동 국적 건축가 에얄 와이즈먼이 이끄는 런던대의 포렌식 아키텍처라는 단체가 발표한 827 페이지 보고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의료, 종교 시설, 민간 시설, 농업 기반 시설 등 가자 파괴 상황을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량학살 재난”이라고 보고서 작성 의도를 밝혔다.
법률가들은 특정 집단 “전체 또는 일부”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기에 대량학살을 국제법적으로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가자에서 그런 의도가 없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집단의 전체적 또는 부분적 파괴를 가져올 것을 계산해 집단의 삶의 조건을 고의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대량학살로 규정한 유엔 헌장 규정을 지적한다.
포렌식 아키텍처의 보고서도 유엔 헌장 규정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가자 군사 공격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의도적으로 삶의 조건과 삶 유지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파괴할 의도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앞으로 몇 달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남아공은 지난해 이스라엘이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며 제소했다. 이후 ICC가 세 차례 임시 재판을 열고 이스라엘이 대량학살을 피하고 음식과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이 가자지구에 더 많이 공급되게 할 것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ICC는 그러나 이스라엘이 유엔 헌장의 대량학살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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