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조르자 멜로니 총리 정부가 정치적 안정을 구가하는 이탈리아가 유럽의 중심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를 주도하는 프랑스에선 정부가 불신임으로 붕괴했고 독일에서는 정권 연립이 깨졌다.
그러나 유럽에서 통치하기 가장 힘든 나라라는 평을 받는 이탈리아의 멜로니 정부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며 이탈리아 경제도 회복되면서 이탈리아에서 유럽의 정치 판도가 바뀌었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마테오 렌지 전 총리는 “정정 불안이 계속돼 조롱을 받았으나 불안정을 파마산 치즈, 파스, 포도주와 함께 수출했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 각국에서 우파가 득세하고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하면서 더 든든한 뒷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루치오 말란 상원의원은 “상황이 뒤집혔다. 안정된 우리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시스트 뿌리를 가진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 형제당이 집권하면서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들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는 스스로를 정치 주류 세력과 극우 세력 사이의 중간자로서 자리매김했다. 폴리티코(POLITICO)가 2025년 가장 강력한 유럽 인물로 선정했다.
멜로니 지지자들은 그가 트럼프와 유럽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주말 파리 노트르담 성당 재개관 행사에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을 함께 만났다.
이탈리아의 정국이 안정됐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유럽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은 성급하다는 평가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달리 유럽 전체의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멜로니가 방어적일 뿐이며 EU의 지원을 받아내고 이탈리아의 이익만 지키려 한다고 비난한다. 멜로니는 유럽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범 유럽적 해법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더라도 유럽의 상황은 크게 반전됐다.
독일은 극우 세력이 득세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일상적이 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재임한 16년 동안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10번 교체됐었다.
프랑스도 마린 르펜이 이끄는 민족주의 세력이 좌파와 연합해 프랑스 현대 정치사상 처음으로 정부를 불신임했다. 프랑스는 올해만 4번째 정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과거 정정 불안이 지속되면서 집안 살림을 거덜 내는 유럽의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가 이탈리아 정치사상 처음으로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유럽은 이탈리아에 대한 걱정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소수 정당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로 인해 이탈리아는 수십 년 동안 정정 불안이 지속됐었다.
2022년 취임한 멜로니 총리는 중도 포르자 이탈리아당, 반이민동맹당 등과 연합해 정부를 유지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 형제당은 올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30% 가까운 득표를 했고 두 연립정당은 각각 9% 씩 득표했다.
연립정당들이 멜로니에 협력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야당인 중도좌파 민주당과 대중운동 정당 오성운동당이 분열돼 멜로니를 위협하지 못하는 것도 정부가 안정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엄청난 재정적자에 질식할 정도인 이탈리아 경제가 EU의 지원으로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실업률이 줄고 정부는 방만한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정치가 안정되면서 외국 기업의 투자도 늘고 있다.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고 아마존 웹 서비스도 12억 달러를 들여 이탈리아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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