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일시 휴전’엔 반대 입장 고수해와
‘영토’, ‘유럽군’ 협상하며 수용 가능성
반대시 전쟁 지속…美, 추가 제재할까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간의 휴전에 합의하고 러시아로 공을 넘겼다. ‘일시 휴전’을 일축해온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BBC, 가디언, R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며칠 내에 미국 대표들과 접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 외에 휴전안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주 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휴전안 수용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도 동의하길 바란다. 그럼 75%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간 최종 평화협정이 아닌 일시적 휴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목표가 단기 휴전이나 병력 재편성과 재무장을 위한 휴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그 지역의 모든 민족의 정당한 이익을 존중하는 장기 평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 파국’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자,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고 보고 쿠르스크 등지에서 공세를 강화했다. 프랑스가 주도해 제의했던 ‘공중·해상·에너지인프라 1개월간 공격 중단’ 제안도 거부했다.
그러나 미국이 직접 개입해 러시아의 휴전안 수용을 압박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모양새다.
유럽이 연일 러시아와 각을 세우며 방위력 증강에 나서는 상황에서, 러시아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포기하기 어렵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재개로 전선에서의 확실한 우위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서로 총격을 멈춰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며 “우리는 이 (휴전) 제안을 지금 러시아에 전달할 것이고, 그들이 평화에 ‘예스’라고 말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도 13일께 푸틴 대통령을 찾아가 대면 설득에 나선다.
이에 러시아가 최종 평화협정에 담고자 하는 영토 획정 문제, 전후 우크라이나 주둔군 문제 등에서 미국과 물밑 협상을 벌이면서 일시 휴전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에게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시점인 2014년 이전의 국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사실상 일축한 상황이다.
루비오 장관은 “전쟁을 끝내려면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후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 중 일부를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 따른다면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방안 역시, 미국은 군사적 방안이 아닌 ‘광물협정’을 통한 경제 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이나 후방 지원 등 미국의 직접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영국과 프랑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규합하며 전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성격의 유럽 다국적군을 주둔시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사실상의 ‘나토 동진’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중국 등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에서 파병하는 방안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쟁은 그대로 지속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키이우는 워싱턴의 제안을 즉시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러시아가 동일한 방식으로 휴전 조건을 준수하는 경우에만 그렇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금융 제재나 관세 인상 조치 등 압박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크렘린이 평화협정에 동의하는 것을 거부하면 관세를 부과하거나 경제적 압력을 가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취임 이후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