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단기적으로 이란의 핵개발 능력이 약화됐으나 장기적으로는 25년에 걸친 이란의 핵 야망이 새 단계에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국가안보 분야에는 폭격으로 핵 야망을 포기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공격이 오히려 핵무기를 가지려는 결의를 강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벙커버스터와 미사일로 이란 핵시설을 파괴한 지 10일이 지난 현재 위의 격언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 대통령이 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단과 협력을 중단하는 새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이는 핵비확산조약(NPT) 가입국으로서 의무를 위반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을 당한 이란에게 NPT 의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란의 IAEA 협력 중단 선언으로 이란 핵 야망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IAEA 사찰을 거부한 이란의 핵심 목표는 핵 능력 회복 속도와 우라늄, 기술력, 핵 개발 의지에 대해 전 세계가 계속 불안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습으로 이란의 핵능력이 완전히 제거된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백악관은 이란 핵과 관련해 장기 전략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간헐적으로 새 협상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으나 이란이 일축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이 능력 복원을 시도하려 할 경우 다시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잔디 깎기”라고 부르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는 지속적인 저강도 전쟁 상태를 의미한다. 이란은 준무기급 우라늄의 행방, 비공개 원심분리기의 존재 가능성을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다.
공습을 당한 이란이 “야바위 카드 게임”을 벌일 것이다. 이란이 핵 자산을 계속 옮기면 모사드와 미 정보기관들, IAEA 사찰단이 이를 찾아내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제이크 설리번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공습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잔디 깎기 방식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이 필연적이며 군사 행동을 지속해야 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을 시도한다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뒤따른다. 이란이 동의하지 않을 완전한 해체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강력히 사찰되는 저농축을 허용하되 이란의 핵개발을 늦출 수 있는 방식을 택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요 핵시설들이 파괴된 지금, 이란이 가진 유일한 지렛대는 10개 핵탄두 분량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과 이를 다룰 핵과학자들이 생존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어쩌면 허세일 수도 있으나 이란에게는 최상의 카드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 로버트 아인혼 연구원은 “이란이 비교적 빠르게 소형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적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AEA 사찰단을 이란 내 모든 핵시설, 특히 2곳의 농축 센터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란 당국자들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미국의 이란 공습에 관여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란이 미국의 협상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란은 협상 도중 다시 공격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설사 미국이 보장하더라도 이란이 믿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트럼프가 2주 안에 미국의 최종 제안에 응답하라고 통첩하고는 이틀 만에 공습한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란이 이번에 핵개발을 서두르지 않은 나라들은 공격당하지만 서두른 나라들은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가다피가 피살되고 시리아 원자로를 이스라엘이 폭격했을 때 세 나라 모두 핵개발 초기였다.
이에 비해 핵개발을 서두른 북한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역량을 갖췄으며 미국은 북한의 공격을 방어할 “골든 돔” 방어망 구축에 매달리고 있다.
이란이 북한의 길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정보 당국자는, 이란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