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벨레(DW), 가디언 등에 따르면 폴란드는 7일(현지 시간) 독일과의 서부 국경 검문소 52개소, 리투아니아와의 동부 국경 검문소 13개소에 수백명 규모의 병력을 배치해 이동 인원을 검문하고 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국방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폴란드군은 독일 국경에서 국경수비대와 경찰을 지원하는 동시에 리투아니아 국경에서도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단속 시작 직후 아프가니스탄인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주민 4명을 리투아니아 국경을 통해 밀입국시키려던 에스토니아인 1명을 적발했다.
“부당한 떠넘기기” 폴, 獨 국경 검문 시작…30일 시행후 연장할듯
폴란드는 독일이 자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를 부당하게 폴란드로 떠넘기고 있다고 본다.
솅겐 조약은 모든 가입국이 동일한 수준으로 국경을 개방할 것을 전제하는데, 독일이 국경에 경찰력을 증강하고 임시 검문을 지속하면서 폴란드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우파 성향 시민들은 직접 ‘자경단’까지 꾸려 독일 국경을 순찰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 정권은 대통령선거 패배로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이에 투스크 총리는 지난 1일 “폴란드-독일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민의 통제되지 않는 흐름을 줄이기 위해 일시 통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국경 통제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망명이나 다른 형태의 이주를 신청하는 이주민 입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독일 국경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을 받아들이라는 부당한 압력이 폴란드에 가해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폴란드는 국경 지대 불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검문 강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통행의 자유 차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토마스 시에모니아크 내무장관은 엑스를 통해 “국경을 넘어 불법으로 이주민을 밀수하는 이들을 겨냥한 조치로, 일반 여행객은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폴란드는 내달 5일까지 30일간 국경 검문을 지속할 예정이나, 독일이 자국 이민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이를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국경 없는 유럽’, 한 국경씩 침식…시스템 한계 도달”
솅겐 조약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솅겐 조약은 1985년 서독·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5개국간 국경개방조약 체결을 시초로 2025년 현재 28개국이 가입한 이동 자유화 체제다.
그러나 이주민이 몰려드는 경제대국들이 점차 국경 검문을 재개하고, 접경국들도 이를 빌미로 국경을 통제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솅겐 조약 가입국들은 EU 법령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대 6개월간 국경 검문을 할 수 있고 갱신이 필요할 때는 법에 따른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이 역시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DW에 따르면 프랑스는 테러 위협을 들어 2015년부터 10년간 국경 검문을 유지하고 있고, 오스트리아도 같은 해 임시 검문을 시작한 뒤 6개월마다 갱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남쪽 슬로베니아는 접경국 크로아티아가 솅겐 조약에 가입하자 국경 검문을 시작했다.
같은 맥락에서 독일이 검문을 시작하자 인접국 폴란드가 맞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2023년 국경 검문을 처음 시작한 독일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5월 취임 직후 국경 경찰력을 증강하고 적법 서류를 갖추지 못한 망명 신청자를 거부할 수 있도록 법령을 바꿨다.
비르테 니에나버 룩셈부르크대 교수는 DW에 “‘국경 없는 유럽’이 한 국경씩 천천히 침식되고 있다”며 “국경 통제로 실질적 이민 억제 효과는 없는데도, 극우가 부상해 포퓰리즘이 힘을 얻고 있다”고 우려했다.
카타리나 발리 유럽의회 부의장(독일)은 ARD에 폴란드의 검문 조치가 독일의 국경 강화에 따른 ‘도미노 효과’라며 “솅겐 시스템 전체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