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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25%의 징벌적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아온 두 나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미국이 인도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50%가 되면서 인도가 브라질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이로써 인도와 미국 사이의 위기가 단순한 무역 조건 이상의 문제가 됐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인도 경제가 “죽었다”고 선언하면서 인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협상에서 미국은 인도의 무역 장벽을 낮추는데 집중했으며 러시아산 석유 수입 문제는 언급한 적이 없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우정을 쌓아왔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가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한 모디 총리는 미국과 손을 잡고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경제국가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인도가 협력할 때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MIGA(Make India Great Again)가 ‘번영을 위한 메가 파트너십’이 된다”고 강조했고 트럼프는 빙긋이 웃었다.
두 사람은 중국을 의식하고 있었다. 인도에게 중국은 인구 면에서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나라이자 인도의 앞길을 막는 나라이며 미국에게 중국은 최대 경쟁자다. 당시 미국과 인도는 서로를 활용해 중국의 힘을 견제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인도가 핵무기를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라고 선언한 뒤 역대 미국 정부들이 인도를 지정학적 동맹으로 삼기 위해 25년 넘게 공을 들여왔다.
중국 경제가 갈수록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미국의 자금이 인도로 몰려들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노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도에 앞을 다퉈 진출하고 미국의 금융 자본도 비교적 젊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인도의 성장 가능성에 배팅했다.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인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2023년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추월했으며, 기업들은 인도의 내수 시장과 제조 상품을 미국 등지로 수출할 수 있는 역량에 주목했다. 수익성을 넘어, 전 세계의 중국 제조업 의존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주일 사이 트럼프가 인도를 공격하면서 양국 경제계가 충격을 받았다.
인도 외교부는 25% 추가 관세 부과 발표에 맞서 발표한 성명에서 유감을 표시했으며 인도 당국자들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로 몇 달 동안 진행돼온 무역협상이 갑작스럽게 위태로워졌다. 인도와 미국은 서로에 너무나 중요한 존재여서 무역 전쟁으로 양국 사이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50% 관세는 인도와 무역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가진다. 나아가 트럼프는 인도의 제약 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추가로 타격할 계획이다.
트럼프의 계획은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와 미국 기업들, 일부 동아시아 기업들이 인도의 제약산업과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금융 자본도 인도에 대규모로 투자해왔다. 인도 주식 시장이 강세장을 이어나가면서 미국의 사모 펀드들이 몰려들었다.
뭄바이의 한 투자 전문가는, 미 금융자본의 투자는 액수를 넘어서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스톤과 같은 대형 펀드가 인도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 비즈니스에 대한 베팅이며 한 경제권의 전문 지식을 다른 경제권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갑작스럽게 인도에 대한 투자를 위태롭게 만들면서 엄청난 불확실성을 초래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