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이 무기 공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0만㎥ 이상 부지에서 공장 건설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것은 역사적인 규모의 재무장을 의미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12일(현지 시간) FT는 유럽 37개 기업 150개 시설을 대상으로 레이더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무기 시설 건설이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FT는 탄약·미사일 생산 시설에 대한 1000회 이상의 레이더 위성 관측 데이터를 추적, 관찰했다.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센티널-1 위성이 촬영한 한 시설은 3분의 1이 확장 또는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태평양포럼 선임 객원 연구원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기 통제 전임 국장인 윌리엄 알베르케는 “이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방위 산업을 변화시킬 깊고 구조적인 변화”라면서 “포탄을 대량 생산하면 생산 비용과 복잡성이 줄어든다”고 짚었다.
분석 결과, 변화가 나타난 지역은 2020~2021년 79만㎡에서 2024~2025년 280만㎡로 급증했다. 해당 위성 사진엔 공사 전 굴착이나 신축 건물, 도로 포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크게 확장한 곳 중 하나는 독일 최대 방산기업 라인메탈과 헝가리 국영 방산기업 N7홀딩의 합작 프로젝트인, 헝가리 바르펄로터의 포탄·폭발물 생산 시설이다. 2022년 해당 부지는 개발되지 않은 농장이 대부분이었으나 2025년엔 꽤 많은 부분이 개발된 것이 보인다.
헝가리는 첫 번째 공장이 지난해 7월 완공됐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라인메탈의 KF41 린크스 보병 전투 차량용 30㎜ 탄약을 생산한다. 라인메탈은 보안상 이유로 구체적인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라인메탈은 해당 시설에서 155㎜ 포탄과 레오파르트2 탱크용 120㎜ 탄약, 잠재적으로 판터 탱크용 등 다른 탄약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진행 중이며 폭발물 공장도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프랑스 생메다르앙잘레스에 위치한 록셀 공장도 올해까지 대규모 건설 공사가 진행된 것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FT는 EU의 탄약·미사일 생산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5억 유로를 투자한 ‘탄약생산지원법(ASAP)’ 관련 88개 시설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라인메탈과 록셀 공장 모두 ASAP의 지원을 받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곳은 새로운 공장과 도로 건설 등 물리적인 확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14곳은 주차장 등 소규모 확장이 이뤄졌다. 나머지는 확장되지 않았거나 사무실 및 연구 건물이 있었다.
비교를 위해 ASAP의 자금을 받지 않은 기업도 조사했는데, 확실히 자금은 지원받은 곳이 더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영국 북부 BAE 시스템 공장과 같이 기존 공장 건물을 재사용해 작업이 감지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특히 라인메탈의 경우 155㎜ 포탄 연간 생산량이 2022년 7만개에서 2027년 110만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독일 슈로벤하우젠에 위치한 미사일 제조업체 MBDA의 독일 본사는 새로운 도로와 건축 공사가 뚜렷하게 보인다. 레이더는 2022년 이후 9만4000㎡에 걸친 지형 변화를 감지했다. 이 곳은 ASAP 1000만 유로 지원과 함께 나토의 56억 달러 규모 패트리엇 GEM-T 지대공 미사일 최대 1000발 생산을 수주했다.
노르웨이의 방산기업 콩스베르그는 지난해 6월 미사일 공장 문을 열었다. ASAP 1000만 유로와 6억4000만 크로네(약 860억원)을 지원받아 미사일 생산을 늘렸다. 콩스베르그는 “이번 증설로 미사일 생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영국 BAE 시스템즈는 웨스트민스터 지원과 영국 국방부 주문 증가로 2022년 이래 영국 내 군수 공장에 1억5000만 파운드(약 28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웨일스 남부 글래스코드 공장 위성 사진엔 굴착 작업이 선명하게 보인다. BAE는 올해 말 새로운 폭발물 충전 시설이 가동되면 155㎜ 포탄 생산 용량을 16배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15억 유로 규모의 새로운 방위 프로그램도 협상 중이다.
F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장거리 타격 능력이 적대국들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유럽과 나토에 광범위하게 심각한 문제를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오슬로대학의 파비안 호프만 연구원은 “미사일은 러시아의 우월한 지상군에 대한 억지력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동원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만큼 미사일은 나토 승리 이론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