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예르막 비서실장은 텔레그램에 반부패 기관들이 자신의 아파트를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관련 관리들에게 협력할 것이며 자신의 변호사들이 수색 현장에 입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동시에 우크라의 두 부패척결 기관인 국가반부패국과 반부패특별검사실은 공동성명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 거주지에 대한 수색이 인가 되었으며 이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조사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부패 기관의 예르막 비서실장 조사가 어떤 사안과 관련된 것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보름 전 우크라 국영 원자력발전사 우크레네르고가 1억 달러(1450억원) 상당의 뇌물 제공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전현직 국영 에너지사 및 에너지부 고위 관료 등을 동시에 조사하고 있다고 부패척결기관이 공개했다.
에너지사 고위 임원에서 자리를 옮긴 법무장관 등 장관급 2명이 사임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같이 연예사업을 동업했던 측근 한 명이 이 뇌물수수 의혹의 핵심이라고 우크라 언론에 보도되었다.
반부패 기관들은 뇌물수수 의혹 수사 착수를 발표했으나 후속 발표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우크라 제2인자 실세로 주목받고 있는 예르마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거주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예르막은 1억 달러 의혹 수사개시 당시 수사 대상 일원으로 지목되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예르막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의 비서실장직 해임을 요구했었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젤렌스키의 사업 동료 디디치 보다 젤렌스키의 친구 겸 선거 참모인 예르막(54)에 대한 우크라 정계 내부의 의심을 집중 보도했다.
예르막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격 우크라 침공 직후부터 지금까지 젤렌스키 곁에, 최측근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한 달 후의 러시아와의 첫 직접 협상 때부터 대표로 참석했다. 3년 뒤 다시 백악관에 들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침을 당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수모 열흘 후인 지난 3월 11일 사우디에서 미국과 우크라 최고위급이 만날 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카운터파트너로 예르막이 갔었다.
6월에는 3년 3개월 만에 러시아와 우크라 대표가 대면 직접 협상을 할 때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우크라 대표단을 두 번이나 이끌고 간 인물이 예르막이었다. 이번 28개조 종전안 유출 사태 직후인 23일 제네바에서 미국과 우크라가 회동하게 되었을 때도 예르막이 루비오 장관을 만났다.
제네바 회동은 미국과 우크라 모두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해 러시아에 압도적으로 기울어졌던 종전안을 우크라 쪽으로 상당히 균형있게 수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예르막은 이로부터 닷새 뒤인 28일 1억 달러 에너지분야 뇌물 의혹과 연관있는 것으로 ‘ 언듯 추측할 수 있는’ 반부패 당국의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처지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