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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더이상 트럼프 눈치 안본다 … 이란 공격 반대·국제법 위반 강력 비판

영국·스페인 이란 공격에 공개적 반대 입장 아일랜드·노르웨이 "국제법 위반" 강력 비판 독일·프랑스 미국 질책 자제

2026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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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위키미디어 커먼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지난 한 해 동안 공을 들여온 유럽 지도자들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달라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과 스페인의 지도자들은 3일 트럼프와 설전 수위를 높이며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불법이자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분명히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수백만 명의 운명을 두고 러시안 룰렛을 할 수는 없다”며 “이 분쟁에 관여한 강대국들은 즉각 적대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스페인이 미군기지 사용을 막았다면서 모든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이후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스페인이 미군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미군에 협조” 백악관 발표는 “거짓말”
그러나 알렉산드라 힐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스페인이 이란 공습에 협조하느냐는 질문에 “거짓말”이라는 한 단어로 부인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은 합법적이고 “실행 가능하고 충분히 숙고된 계획”이 있지 않는 한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분쟁에 명확한 출구 전략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수렁으로 끝난 이라크 침공을 언급하며 공중전으로는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스타머와 트럼프는 최근 설전을 주고받았다. 트럼프는 스타머가 미국의 계획을 지지하지 않았고, 영국의 미군 기지에서 이란 공격 전투기가 출격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며칠이 걸렸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트럼프는 급기야 스타머를 가리켜 “우리는 윈스턴 처칠을 상대하고 있지 않다“며 스타머가 처칠에 크게 미흡함을 강조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도, 일방적으로 관세를 매겨도, 미 당국자들이 유럽을 노골적으로 비판해도 화를 내지 않았다.

미국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는데 필요하고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자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사태가 유럽 저항 첫 사례

그러던 유럽의 저항 조짐이 처음 나타난 것은 그린란드 문제였다.

다만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트럼프를 화나게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아직 지키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에도 좋은 소식이고 세계에도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파트너들에게 훈수를 둘 때가 아니다”라며 전쟁 비판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공격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에 대한 공개적 질책은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아일랜드와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은 이란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국방비 증액 요구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미온적인 스페인 총리가 미국에 저항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산체스는 “누군가의 보복이 두려워서 세상에 해악이 되는 일에 공모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스타머는 트럼프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찰스 국왕이 초청하도록 주선하고 총리 시골 별장에서 환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군 공격 동참 첫 거부한 영국
영국은 우크라이나와 그린란드 문제에서 미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물밑에서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국은 처음으로 미국의 이란 공격에 자동 지지하지 않았다.

영국은 오랫동안 미국의 가장 믿을 수 있는 군사 동맹임을 자처하면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주요 전쟁 대부분에 전투 병력을 파견한 나라다.

소피아 개스턴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우리가 처음으로 ‘당신들의 안보 위험 평가에 동의하지 않으며 함께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라면서영국의 광범위한 미국 의존을 감안할 때 여파가 매우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유럽 경제는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급등에 특히 취약하며, 중동발 새로운 테러나 난민 물결에 시달릴 수도 있다. 유럽은 미국보다 훨씬 중동에 가깝다.

유럽내 ‘트럼프 반감’도 작용
일부 유럽 지도자들에게는 자국 유권자를 의식할 필요도 있다.

스타머의 경우 좌파 성향의 집권 노동당 안에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당은 친 팔레스타인 성향을 보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해체를 주장하는 녹색당에 밀려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에서 극도로 인기 없는 인물이며, 이번 전쟁도 마찬가지다. 유고브(YouGov)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49%가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반면 28%만 지지했다. 분쟁이 길어질수록 반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영국 노동당 정부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의 허위 주장에 동조해 이라크 침공에 참여했다.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한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의 결정은 오점으로 남았다.

잇단 스캔들과 부진한 경제, 추락하는 지지율에 시달리는 스타머의 목줄을 노동당 의원들이 쥐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에 전권을 주려 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가 사실상 끝장났다는 우려가 영국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스타머는 영미 관계는 트럼프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면서 양국 관계가 트럼프의 발언이 아닌 군사·정보 협력으로 규정된다고 말해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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