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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급 엘니뇨 온다…식량난·기름값 충격에 1억2500만명 위기

엘니뇨 충격, 가뭄·폭우 넘어 식량난·물가 부담으로 번질 우려

2026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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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엘니뇨 영향으로 폭염·가뭄·홍수가 동시에 확산되면서 식량난과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올해 말 최대 1억2500만 명이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엘니뇨로 인한 이상기후, 식량 부족, 구호 활동,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올해 태평양 수온 상승으로 엘니뇨가 다시 형성되면서 세계 곳곳의 폭염과 홍수, 가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충격이 식량난과 물가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비료 공급 불안, 취약국 부채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올해 말까지 최대 1억2500만명이 긴급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상·해양 관측기관인 해양대기청(NOAA)이 최근 태평양에서 엘니뇨 조건이 형성됐다고 발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NOAA는 이번 엘니뇨가 올해 말 정점에 이를 무렵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63%라고 봤다.

일부 과학자들은 평년보다 높아질 해수면 온도 폭을 근거로 이번 엘니뇨를 ‘슈퍼 엘니뇨’ 또는 ‘고질라 엘니뇨’라고 부르고 있다. 다만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예측 모델마다 결과 차이가 크다며 아직 강도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엘니뇨는 태평양 바닷물이 평년보다 따뜻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비가 오는 시기와 강수량, 더위의 강도를 바꾸는 현상이다. 지역에 따라 가뭄과 폭우를 부르고, 농산물 생산과 식량 가격을 흔들며, 모기나 진드기 등이 옮기는 감염병 확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엘니뇨가 단순한 기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은 과거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1972~1973년 엘니뇨는 페루 앞바다를 데워 세계 최대 멸치 어장을 무너뜨렸고 남아시아와 사헬,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혹독한 가뭄을 불러왔다. 이 식량난은 오일쇼크와 맞물려 세계적 기아 위기를 키웠다.

문제는 이번 엘니뇨가 세계 경제와 식량 공급망이 이미 약해진 상황에서 찾아왔다는 점이다. 기후와 농업 영향을 연구하는 소날리 맥더미드 뉴욕대 교수는 “걱정되는 것은 엘니뇨 하나만이 아니다”라며 “여러 압박 요인이 동시에 겹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맥더미드 교수의 우려는 가뭄과 폭염에 에너지 가격, 비료 부족, 부채 부담까지 한꺼번에 겹치는 상황을 가리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세계 최빈국 68개국 가운데 약 절반이 이미 채무 위기 상태이거나 그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이란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비료 공급이 제한되면서 각국 정부와 주민이 기후 충격을 버틸 재정·식량 여력도 줄었다.

국제 식량위기 감시기구는 올해 12월까지 1억1500만~1억2500만명이 긴급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분쟁과 가뭄이 겹친 수단, 남수단, 소말리아에서는 기근 위험도 거론됐다.

미국의 해외 원조 축소와 유럽 개발예산 감축도 위기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후 충격이 닥쳐도 과거보다 국제사회가 제공할 지원 여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식량 지원 기구들은 지난 20일 엘니뇨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에 대응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처음으로 공동 지원 요청을 냈다. 위기가 닥친 뒤 구호에 나서는 것보다 지금 종자와 물 저장시설, 현금 지원에 투자하는 편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위기 전 1달러를 쓰면 나중에 들어갈 구호비 7달러를 줄일 수 있다며 사전 대응을 호소했다. 하지만 필요한 2억200만달러 가운데 1억6700만달러가 아직 부족하다. 부족한 자금이 채워지면 가뭄에 강한 종자 보급, 홍수 방어 시설, 물 저장시설, 현금 지원 등을 통해 880만명을 도울 수 있다.

엘니뇨가 전 세계 작황을 한꺼번에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는 대체로 식량난을 버틸 힘이 약한 나라와 주민에게 집중된다.

기후단체 350.org의 앤 옐레마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취약국들이 이미 비료값 상승, 높은 식량 수입 의존도, 부채 부담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니뇨가 식량을 사기도 어렵고, 구호도 줄고, 이동마저 제한된 사람들의 마지막 생계 수단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의 영향은 가난한 나라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는 선진국에서도 폭염을 키우고, 모기나 진드기 등을 통해 옮는 감염병의 확산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올해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엘니뇨는 미국, 호주, 일본, 한국 같은 부유한 나라에서도 사망률이 낮아지는 흐름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는 엘니뇨 관련 충격이 지정학적 긴장, 높은 에너지·비료 가격, 취약한 공급망과 결합하면서 농업과 물류, 에너지, 물가로 잇따라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뭄과 홍수, 폭염이 농업 생산과 노동 생산성, 물 공급, 운송망을 흔들고 식품·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엘니뇨 피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재난으로 번지는 것을 줄일 수는 있다는 게 국제기구들의 판단이다. WMO는 엘니뇨 예보가 곧 재난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위기가 커지기 전에 행동하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폭염, 홍수, 가뭄 같은 여러 재난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경보 체계를 더 넓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이런 체계를 갖췄다고 보고한 나라는 128개국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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